세단 한 차종을 전기와 엔진으로 나눠 이름까지 갈라 붙이는 일은 흔하지 않다. BMW가 9월 30일 8세대 3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전기 모델에는 3시리즈 대신 i3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장 윗급인 i3 50 xDrive는 108.7kWh 배터리로 WLTP 기준 912km를 달린다.

같은 차체를 쓰면서 이름을 둘로 가른 것은 두 모델이 서로 다른 뼈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i3는 노이에 클라세 아키텍처와 6세대 eDrive를 쓰고, 내연기관 3시리즈는 기존 구조를 다듬어 쓴다. 생산 공장도 전기차는 뮌헨, 내연기관은 딩골핑으로 나뉜다. 6기통을 남긴 신형 3시리즈의 윤곽이 공개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드러난 구성은 그보다 한 걸음 더 갈라져 있었다.

912km와 400kW, 10분에 423km

i3 50 xDrive는 시스템 출력 345kW, 469마력에 최대토크 645Nm을 낸다. 0-100km/h 가속은 4.7초다. 배터리 용량은 108.7kWh이고 WLTP 주행거리는 912km로 적혀 있다.

충전 쪽 수치가 더 눈에 띈다. 직류 급속 출력이 최대 400kW이고, 10분을 충전하면 423km를 채운다. 912km의 절반에 가까운 거리를 10분에 밀어 넣는 셈이다. 800V 구조와 양방향 충전 기능이 함께 들어간다.

신형 BMW i3 50 xDrive 주행 장면
BMW i3 50 xDrive / 사진=BMW

아랫급 i3 40 xDrive는 275kW, 374마력에 82.8kWh 배터리를 얹어 WLTP 710km를 간다. 두 모델의 배터리 차이는 25.9kWh, 주행거리 차이는 202km다. 배터리를 키운 만큼이 거의 그대로 거리로 옮겨 갔다.

직렬 6기통은 443마력으로 남았다

내연기관 쪽 정점은 M350 xDrive다. 3.0리터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붙여 326kW, 443마력을 낸다. 0-100km/h 4.1초에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전기 모델 i3 50 xDrive가 4.7초, 엔진 모델 M350 xDrive가 4.1초다. 출력은 전기 쪽이 345kW로 높은데 가속은 엔진 쪽이 빠르다. 같은 차체에서 두 동력원의 성격이 어떻게 갈리는지가 이 두 숫자에 드러난다. 엔트리급 320의 복합연비는 100km당 7.5리터로 표기됐다.

17.9인치 화면과 파노라믹 iDrive

실내에는 17.9인치 센트럴 디스플레이가 들어가고, BMW 파노라믹 iDrive와 오퍼레이팅 시스템 X가 얹힌다. 앞유리 하단을 가로지르는 형태의 표시 방식은 전기 모델과 내연기관 모델에 같이 들어간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노이에 클라세는 BMW가 전기차 전용으로 새로 만든 구조를 가리키는 이름이고, 800V는 충전 전압을 높여 같은 전류로 더 많은 전력을 밀어 넣는 방식을 말한다. 400V 구조에서 같은 속도를 내려면 전류를 두 배로 올려야 하는데 발열 때문에 한계가 있다. 중국 업체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이 구조를 BMW가 양산 세단에 올린 것이 이번 공개의 기술적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사흘 만에 2천 대가 계약된 iX3가 같은 세대 기술을 먼저 들여온 사례다.

국내 도입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BMW가 낸 이번 자료에는 한국 시장에 대한 언급이 없다. 국내 출시 시점과 가격, 어느 트림이 들어오는지는 정해지지 않았거나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차체 크기와 휠베이스 수치도 이번 자료에는 들어 있지 않다.

출시 시점에는 전기 모델 두 가지가 먼저 제공되고 내연기관 모델이 함께 붙는다. 고성능 전기 모델 i3 M60 xDrive는 2027년에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BMW 공식 보도자료에 정리돼 있다.

3시리즈는 BMW가 가장 많이 팔아 온 세단이고, 그 이름을 전기와 엔진으로 갈라 붙인 것은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이다. 다음에 확인할 지점은 두 갈래가 시장에서 어떤 비율로 팔리느냐, 그리고 국내에 어느 쪽이 먼저 들어오느냐다. 912km라는 숫자가 실제 도로에서 어떻게 읽힐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