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가 화웨이, JAC와 손잡고 전기차 두 대를 만든다는 보도가 중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매체 36Kr 계열의 오토타임이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전한 내용으로, 지난 5월 처음 흘러나온 뒤 넉 달 만에 구체적인 분담까지 나왔다.
확인된 사실과 보도된 내용은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스텔란티스는 5월 보도 당시 “통상적인 사업 활동의 일환으로 전 세계 여러 업계 관계자와 논의한다”면서도 “추측에는 논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식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발표는 아직 어느 쪽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화웨이가 제품 정의까지 맡는다
보도된 구도에서 화웨이의 몫이 가장 크다. 자사 자동차 연합체 HIMA의 플랫폼과 첸쿤 자율주행 시스템, 전동 파워트레인, 지능형 콕핏을 대고 제품 기획까지 주도한다.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아니라 차를 어떤 차로 만들지 정하는 쪽에 선다는 뜻이다.
JAC는 공동 개발과 제조를 맡는다. 마세라티에게 남는 몫은 디자인과 브랜드, 그리고 해외 판매망이다. 이탈리아 브랜드가 껍데기와 간판을 대고 속은 중국이 채우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IMA는 화웨이가 완성차를 직접 만들지 않으면서 자동차 사업을 키우려고 만든 연합체다. 화웨이가 기술과 상품 기획, 판매망을 대고 완성차 업체가 공장을 대는 방식이다. 세레스와 만든 아이토, 체리와 만든 럭시드, 베이징차와 만든 스텔라토, 그리고 JAC와 만든 마에스트로까지 이미 네 개 브랜드가 이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구조에서 화웨이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에 가깝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개발비를 아끼는 대신 차의 성격을 정하는 권한을 상당 부분 넘기게 된다. 마세라티가 검토하는 것이 바로 그 교환이다.

차체는 허페이에서, 실내는 모데나에서
생산은 두 나라로 쪼갠다. 차체, 그러니까 도장 전 용접까지 끝낸 화이트 보디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만든다. 이것을 이탈리아로 보내 카시노와 모데나 공장에서 실내를 넣고 주행 감각을 다듬는다.
이 방식은 원산지 표기와 브랜드 인식을 동시에 겨눈 절충안이다. 중국에서 만든 차라고만 부르기 어렵게 만들면서 이탈리아 공장의 가동률도 지킨다. 다만 차체를 배로 옮기는 만큼 물류비와 기간이 늘어난다는 부담이 따라온다.

중국에서는 마에스트로, 밖에서는 마세라티
만들어진 차는 중국에서 마에스트로(Maextro) 배지를 달고, 해외에서는 마세라티로 팔린다. 마에스트로는 화웨이와 JAC가 HIMA 아래 세운 프리미엄 브랜드다. 2025년 5월 S800 세단을 내놨고 지난 8월 V680과 V800 MPV를 더했다.
모델은 둘로 잡혀 있다. 중형에서 대형 사이의 전기 SUV 한 대와 대형 전기 GT 한 대다. 마세라티 쪽은 GT를 먼저 내놓는 쪽을 선호한다고 전해졌다. 초기 판매 시장으로는 중동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이 꼽힌다. 양산 목표는 2027년 하반기다.
마세라티에는 이미 전기 모델이 있다. 그레칼레 폴고레와 그란투리스모 폴고레가 그것으로,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전기로 바꾼 파생형이다. 이번에 거론되는 두 대는 이 파생형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자리에 놓인다. 처음부터 전기차로 설계한 차가 아직 없다는 사실이 협력을 검토하게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8000대 아래로 내려간 브랜드의 셈법
마세라티가 이런 선택지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숫자가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출하 대수가 8000대를 밑돌았다. 2017년 정점과 견주면 80% 넘게 줄어든 규모다. 같은 해 조정 영업손실은 1억 9800만 유로였다.
스텔란티스 안에서 마세라티의 자리도 예전 같지 않다. 열네 개 브랜드를 거느린 그룹에서 판매 대수는 가장 적은 축이면서 손실은 꾸준히 내는 브랜드다. 매각설이 주기적으로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룹이 큰돈을 새로 넣기보다 밖에서 개발 역량을 빌려 오는 쪽을 검토한다는 것은 이 위치와 맞물려 있다.
전기차 한 대를 처음부터 개발하려면 수조 원이 든다. 연 8000대를 파는 브랜드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이미 완성된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면 개발비와 기간을 한꺼번에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대가다. 마세라티를 사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엔진과 주행 감각,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에 걸려 있다. 화웨이의 소프트웨어와 JAC의 생산 설비로 만든 차가 같은 값을 받을 수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스텔란티스가 확인을 미루는 이유도 그 계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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