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이 미국에서 큰 폭의 할인에 들어갔다. 일부 딜러에서는 깎아 주는 금액만 1만 6000달러를 넘는다. 우리 돈으로 2100만 원이 넘는 액수다.

대형 전기 SUV가 내연기관 동급 모델과 같은 가격대까지 내려온 셈이라, 미국 현지에서도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딜러 한 곳은 1만 6041달러를 깎았다

기아 EV9 주행 장면
기아 EV9 / 사진=기아

가장 큰 폭을 제시한 곳은 텍사스의 한 기아 딜러다. EV9 라이트 숏 레인지 사양에 1만 6041달러를 할인했다. 기본 사양에 가까운 트림에 붙은 금액이라 체감이 더 크다.

일리노이의 다른 딜러에서는 같은 라이트 숏 레인지에 1만 5000달러를 붙였다. 5만 7480달러였던 차가 4만 2480달러가 됐다. 미국에서 이 가격대는 3열을 갖춘 내연기관 대형 SUV와 겹친다.

다만 이 숫자들은 기아 본사가 내건 전국 단위 프로그램이 아니라 딜러가 각자 붙인 조건이다. 지역과 매장에 따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달라진다. 같은 트림이라도 재고가 얼마나 쌓였느냐에 따라 제시되는 액수가 갈린다는 뜻이다.

EV9은 기아가 내놓은 3열 대형 전기 SUV다. 라이트 숏 레인지는 그 가운데 가장 아래에 놓인 트림으로,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를 줄여 진입 가격을 낮춘 사양이다. 할인 폭이 가장 크게 붙은 자리가 하필 이 트림이라는 점이 눈에 걸린다.

본사 인센티브도 따로 있다

기아 EV9 측면
기아 EV9 / 사진=기아

기아가 전국 단위로 내건 조건도 만만치 않다. 2026년형 EV9에는 1만 달러의 고객 현금 할인이 걸려 있다. 여기에 60개월 무이자 할부를 고르면 5000달러의 추가 보너스가 붙는다.

딜러 자체 할인과 본사 인센티브가 겹치면서 최종 가격이 내려앉는 구조다. 일부 매체가 “EV9이 소형 전기차와 비슷한 값이 됐다”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액공제가 사라진 자리

기아 EV9 주행
기아 EV9 / 사진=기아

배경에는 미국 전기차 정책 변화가 있다. 구매자가 받던 연방 세액공제가 사라지면서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이 한 번에 뛰었다. 그 공백을 제조사와 딜러가 할인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 흐름도 영향을 줬다. EV9은 최근 미국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고, 재고를 안고 있는 딜러들이 가격을 먼저 내리기 시작했다. 세 줄 좌석을 갖춘 대형 전기 SUV라는 상품성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따라오지 않자 가격이 움직인 셈이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제조사가 딜러에게 차를 넘기고, 딜러가 재고를 떠안은 채 값을 매기는 구조다. 팔리지 않은 차가 쌓이면 할인 폭을 키워서라도 물량을 털어 내야 한다. 이번처럼 매장마다 제시 금액이 크게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와는 다른 이야기다

이 할인은 미국 시장에 한정된 조건이다. 국내 판매 가격이나 보조금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미국은 연방 세액공제 폐지라는 별도의 변수가 겹쳐 있고, 딜러가 재고를 안고 직접 가격을 정하는 판매 구조도 국내와 다르다.

그래도 눈여겨볼 대목은 있다.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이 빠졌을 때 전기차 가격이 어디까지 조정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보조금 규모가 해마다 줄어드는 흐름이라, 제조사가 가격을 어떻게 다시 짜느냐가 같은 방식으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