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토가 지난 16일 플래그십 전기 SUV i9을 중국에 출시했다. 값은 36만 9800위안으로, 트림을 나누지 않고 홈 한 가지만 내놨다.
기준점은 형제 모델인 i8이다. 사륜구동 i8이 33만 9800위안이니 i9은 그보다 8.8% 높다. 그 차액으로 무엇을 더 주는지가 이 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길이와 휠베이스를 늘려 공간을 샀다
전장은 5225mm로 i8보다 140mm 길고, 휠베이스는 3168mm로 118mm 늘었다. 늘어난 길이는 거의 전부 실내로 들어갔다.
좌석은 6인승이다. 2열 시트가 전동으로 회전해 뒷좌석 승객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고, 무중력 시트는 네 개가 기본이다. 회전 시트는 중국 대형 전동화 SUV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구성인데, 차를 이동 수단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 팔려는 접근이다.
무중력 시트는 등받이를 깊게 눕히면서 허벅지를 받쳐 올려 체중을 넓게 분산시키는 구조다. 우주비행사가 이륙할 때 취하는 자세에서 이름을 따왔다. 앉은 자세로 오래 버티는 장거리 이동에서 피로를 줄이는 장비인데, 이걸 네 자리에 기본으로 넣었다는 것은 뒷좌석 승객을 손님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놓겠다는 뜻이다.
중국 시장에서 대형 SUV를 고르는 수요는 상당 부분 가족 단위다. 아이와 부모를 함께 태우고 주말마다 움직이는 쓰임새를 전제로 하면, 제로백 0.1초보다 2열에서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i9의 구성은 그 계산을 그대로 따라간 결과다.
10분에 500km를 채운다

배터리는 CATL이 공급하는 101kWh 삼원계 리튬이온이다. CLTC 기준 주행거리는 705km다. i8이 사륜구동 720km, 후륜구동 780km를 내니 주행거리만 놓고 보면 i9이 오히려 짧다. 덩치와 공간을 택하면서 내준 몫이다.
대신 충전이 빠르다. 5C 충전을 지원해 10분이면 500km 분량을 채운다. 5C는 배터리 용량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전류로 충전한다는 뜻으로, 이 정도 속도가 되면 주행거리 숫자보다 충전기 접근성이 더 중요해진다. 리오토는 배터리를 앞으로 자체 생산으로 옮길 계획도 밝혀 둔 상태다.
뒷바퀴가 같이 꺾인다

듀얼 모터 사륜구동으로 400kW, 약 536마력에 660Nm를 낸다. 제로백은 4.9초다. 5.2미터가 넘는 차체치고는 가볍게 움직이는 수치다.
주목할 대목은 회전 반경이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와 후륜 조향이 기본으로 들어가 회전 직경이 10.6미터에 그친다. 전장이 5225mm인 차가 준중형 SUV 수준으로 돌아 나간다는 뜻이다.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로 꺾이면 실질 휠베이스가 짧아지는 효과가 나는데, 대형차의 주차와 골목 진입 부담을 덜기 위해 값을 치르고 넣는 장비다.
화면과 칩에 값을 많이 썼다

실내에는 29인치 6K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21인치 4K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화면이 들어간다.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797이다.
주행 보조는 마하 M100 칩과 전방 라이다 한 개가 기본이고, 3만 위안을 더하면 듀얼 마하 M100 패키지로 올라가 라이다가 셋으로 늘어난다. 라이다를 여러 개 다는 구성은 중국 시장에서 상위 트림의 차별점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다를 늘리면 차 주변을 입체로 읽어 내는 범위가 넓어진다. 전방 하나로는 앞을 보는 데 그치지만, 좌우까지 붙이면 옆에서 끼어드는 차나 사각지대의 이륜차를 함께 잡을 수 있다. 다만 센서가 늘수록 처리해야 할 데이터도 불어나기 때문에 연산 칩을 두 개로 늘리는 구성이 함께 따라온다.
29인치라는 화면 크기도 중국 시장의 문법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전제로 차를 만들면, 화면은 사양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가 된다.
리오토는 원래 주행거리 연장형 모델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다. 엔진을 발전기로만 쓰는 방식으로 충전 부담을 피해 가면서 대형 SUV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 회사가 순수 전기 라인업을 따로 세우고 꼭대기에 i9을 올려놓은 것은 방향 전환에 가깝다.
전환의 조건이 바뀐 덕이 크다. 5C 충전과 초고속 충전망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엔진을 싣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구간이 생겼다. 배터리를 더 키워 주행거리를 늘리는 대신 충전 시간을 줄이는 쪽이 무게와 원가 모두에서 유리하다는 계산도 선다. i9이 i8보다 주행거리를 15km 내주면서도 상위 모델로 올라선 배경이다.
관건은 충전망이다. 10분에 500km를 채운다는 숫자는 5C를 받아 주는 충전기가 옆에 있을 때만 성립한다. 충전기가 없으면 705km짜리 전기 SUV일 뿐이다. 리오토가 자체 충전망 확충에 돈을 계속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행거리를 조금 내주고 공간과 충전 속도를 택한 이 구성이 중국 대형 SUV 시장에서 통할지는, 결국 충전기가 얼마나 빨리 깔리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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