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이름을 알린 샤오미가 대형 SUV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 7일 중국에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 SUV 스카이노마드를 정식 출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5인승 N70과 7인승 N90 두 갈래로, 테슬라 모델 Y가 쥐고 있던 중대형 전동화 SUV 자리를 정면으로 겨눴다.
판매를 연 지 일주일 만에 사전 계약이 약 10만 대 쌓였다. 전기차를 사고 싶지만 충전이 걸려 망설이던 수요를 정확히 건드렸다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엔진을 달았지만 바퀴는 모터가 굴린다
스카이노마드는 1.5리터 엔진을 발전기로만 쓰는 EREV 방식이다. 엔진은 바퀴와 연결되지 않고 배터리에 전기를 채우는 일만 한다. 그래서 주행 감각은 순수 전기차에 가깝고, 충전소를 못 찾아도 연료를 넣으면 계속 달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와 헷갈리기 쉽지만 구조가 다르다.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직접 바퀴를 굴리는 구간이 있고, EREV는 그 구간이 없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시장에서 전기차의 주행 질감만 떼어 가져오려는 절충안인 셈이다.
단점도 분명하다. 엔진과 발전기, 연료탱크를 그대로 싣고 다녀야 해서 무게와 공간에서 손해를 본다. 장거리에서 엔진이 계속 돌면 효율은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떨어지는 구간도 생긴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에서 EREV가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은, 충전 걱정 없이 전기차를 타고 싶다는 수요가 그만큼 두터웠기 때문이다.
샤오미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 회사가 자동차에 뛰어들면서 처음 내놓은 SU7과 YU7은 모두 순수 전기차였다. 이번 스카이노마드로 EREV까지 손을 뻗으면서, 가전 브랜드가 아니라 완성차 업체로서 라인업을 갖추는 모양새가 됐다.
사전 계약가보다 값을 더 내렸다

흥행을 끌어낸 것은 가격표다. 기본형 N70 프로가 20만 9900위안, 상위 트림 N70 맥스가 23만 9900위안이다. 같은 시장의 테슬라 모델 Y가 26만 3500위안, 샤오미가 앞서 내놓은 전기 SUV YU7이 25만 3300위안이니 아래로 확실히 파고들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값이 사전 계약 때보다 내려갔다는 점이다. 7월에 25만 9900위안을 제시했던 N70 맥스는 정식 출시에서 2만 위안을 덜어냈다. 사전 계약가를 먼저 높게 띄운 뒤 출시에서 깎아 체감 이득을 만드는 방식은 중국 시장에서 자주 쓰인다. 초기 점유율을 먼저 가져가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 번 채우면 1461km를 간다
프로 트림은 후륜 단일 모터에 52kWh 배터리를 얹어 전기만으로 351km, 연료를 더한 총 주행거리는 1351km다. 듀얼 모터로 416마력을 내는 맥스는 76kWh 배터리로 전기 505km, 합쳐서 1461km를 확보했다. 모두 중국 CLTC 기준이라 국내 상온 기준보다는 넉넉하게 나온 수치다.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는 5.5초가 걸리고, 배터리를 2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18분이 든다. 기본형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넣어 값을 한 번 더 눌렀다.
7인승에는 침상과 프로젝터까지 넣었다

7인승 N90 맥스는 26만 9900위안이다. 전장 5285mm, 휠베이스 3080mm의 차체로 전기 464km, 총 1705km를 낸다. 29만 9900위안짜리 N90 맥스 스튜디오는 공장 단계에서 팝업 루프를 달아 1.87m 길이의 침상과 30인치 프로젝터 화면을 넣었다. 앞좌석은 180도까지 돌아가고, 스피커는 최대 25개가 들어간다.
주행 보조 하드웨어도 아끼지 않았다. 엔비디아 토르 칩과 라이다, 레이더가 전 모델 기본이고 상위 트림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더해진다. 값을 내리면서 사양을 덜어내지 않았다는 점이 이 차의 무게중심이다.
지금은 중국 내수 전용이지만 샤오미는 내년 유럽 진출을 이미 밝혔다. 유럽에서 팔리기 시작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같은 진열대에 서게 된다.
주목할 대목은 이 차가 겨냥한 가격대다. 20만~30만 위안 구간은 중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리이면서, 유럽으로 넘어가면 준중형 SUV 값에 대형 SUV를 살 수 있는 구간이 된다. 관세와 물류비를 얹어도 여전히 공격적인 값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사이에서 라인업을 저울질하는 동안, 중국 브랜드는 가격과 주행거리를 한꺼번에 들고 나왔다. 특히 EREV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손대지 않은 영역이다. 현대차그룹도 EREV 개발 계획을 밝혔지만 양산은 아직 앞의 일이다.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에게 나쁘지 않다. 다만 값을 맞춰야 하는 쪽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스마트폰을 만들던 회사가 4년 만에 대형 SUV로 10만 대 계약을 받아 내는 속도를, 기존 제조사의 개발 주기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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