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가 전기 SUV 언차티드의 미국 가격과 사양을 공개했다. 시작가는 3만 4995달러로 브랜드가 내놓은 전기차 가운데 가장 낮다.
언차티드는 토요타가 새로 만든 C-HR을 바탕으로 한 차다. 스바루와 토요타는 이미 솔테라와 bZ4X를 함께 만든 전례가 있어, 이번이 두 번째 공동 개발 결과물인 셈이다. 차급은 소형 SUV 쿠페로 분류되고 미국 판매는 2026년 초에 시작한다.
트림 세 개, 가격은 3만 4995달러부터

라인업은 세 갈래다. 전륜구동 프리미엄이 3만 4995달러, 사륜구동 스포트가 3만 9795달러, 최상위 GT가 4만 3795달러다. 여기에 운송비 1450달러가 별도로 붙는다. 알래스카는 1600달러다. 외장색은 기본이 무료이고 프리미엄 색상은 475달러, 투톤을 더하면 970달러가 추가된다.
배터리는 전 트림 공통으로 74.7kWh 리튬이온이다. 같은 배터리를 쓰면서 주행거리는 구동 방식과 트림에 따라 갈린다. 전륜 프리미엄이 300마일, 약 483km를 넘기고, 사륜 스포트는 285마일로 약 459km, 최상위 GT는 270마일로 약 435km다. 무게가 늘고 휠이 커질수록 거리가 줄어드는 전형적인 구조다.
전륜 221마력, 사륜은 338마력
출력 차이는 더 뚜렷하다. 전륜 프리미엄이 221마력을 내는 반면 사륜 두 트림은 338마력을 낸다. 117마력 차이인데 값 차이는 4800달러다. 사륜 모델에는 스바루가 오랫동안 써 온 험로 주행 보조 기능 X-모드가 들어간다. 최저지상고는 8.2인치, 약 208mm로 같은 체급 도심형 전기 SUV보다 높게 잡혔다.
충전은 최대 150kW를 받아 10%에서 80%까지 약 28분이 걸린다. 눈여겨볼 대목은 충전구다. 전 트림에 북미 충전 표준인 NACS 단자를 기본으로 달아, 미국 내 2만 5000곳이 넘는 충전소를 바로 쓸 수 있다. 어댑터 없이 테슬라 슈퍼차저에 꽂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배터리를 쓰면서 출력만 다르게 가져가는 방식은 전기차에서 흔하다. 모터 개수와 제어 방식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엔진 차를 만들 때처럼 배기량이 다른 파워트레인을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 전륜 모델이 모터 하나로 앞바퀴만 굴리는 반면, 사륜 모델은 뒤쪽에 모터를 하나 더 얹어 출력과 접지력을 함께 끌어올린다.
짐칸 25세제곱피트, 화면은 14인치
실내에서는 2열 뒤 적재공간이 25세제곱피트를 넘는다고 밝혔다. 약 708리터로 소형 SUV 치고는 넉넉한 편이다. 가운데에는 14인치 스바루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들어가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지원한다. 운전자 보조 장비인 아이사이트는 전 트림 기본이다.
값을 놓고 보면 미국 시장에서 3만 달러대 중반은 전기차 진입 구간이다. 셰보레 이쿼녹스 EV나 현대 코나 일렉트릭이 비슷한 자리를 놓고 다툰다. 스바루가 이 구간에 300마일대 주행거리를 들고 들어온 셈이라, 값과 거리를 동시에 따지는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국내에서 스바루는 2018년 철수한 뒤 정식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언차티드의 국내 도입 계획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스바루가 최근 3열 전기 SUV를 포함해 전동화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 브랜드 재진입 논의가 나올 때마다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NACS 단자를 기본으로 단 결정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미 전기차 시장은 오랫동안 테슬라의 NACS와 나머지 업체의 CCS로 갈려 있었는데, 2023년을 기점으로 주요 제조사가 차례로 NACS 채택을 선언했다. 충전 규격 전쟁이 사실상 정리된 뒤 나온 차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댑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충전소 접근성이 구매를 좌우하는 시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토요타 C-HR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부품 공용화로 값을 낮출 수 있는 대신, 스바루 특유의 수평대향 엔진과 상시사륜 감각이 사라진 차라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브랜드 정체성을 어디까지 남기느냐가 실제 판매에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스바루는 미국에서 아웃백과 포레스터를 앞세워 탄탄한 고객층을 쌓아 온 브랜드다. 눈이 많이 내리는 북부 지역에서 상시사륜에 대한 신뢰가 특히 두텁다. 언차티드가 사륜 모델에 X-모드를 넣고 최저지상고를 208mm로 잡은 것도 이 고객층을 놓치지 않으려는 설계로 읽힌다. 전기차로 넘어가면서도 브랜드가 팔아 온 가치를 그대로 들고 가겠다는 뜻이다.
다만 가격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가 축소되면서 실구매가 부담이 커졌고, 제조사들이 자체 할인으로 이를 메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언차티드가 내세운 3만 4995달러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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