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전기 마칸 라인업의 중간 자리를 채우는 GTS를 내놨다. 기본형과 최상위 터보 사이에 놓이는 모델로, 미국 시작가는 운송비를 포함해 10만 5850달러다.
GTS는 포르쉐가 오랫동안 써 온 등급 이름이다. 최상위 터보만큼 값을 올리지 않으면서 주행 성능을 끌어올린 사양에 붙인다. 전기 마칸에 이 이름이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본형의 출력이 아쉽고 터보는 부담스러운 구매층을 겨냥한 구성인 셈이다.
평상시 509마력, 오버부스트로 563마력

앞뒤에 모터를 하나씩 얹은 사륜구동이다. 일반 주행에서는 509마력, 320kW로 작동하고 오버부스트 기능을 쓰면 563마력, 420kW까지 올라간다. 최대토크는 704파운드피트로 약 95.5kgf·m에 해당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는 3.6초, 최고속도는 시속 155마일로 약 250km다.
배터리는 95kWh이고 800V 구조를 쓴다. 800V는 포르쉐가 타이칸부터 밀어 온 방식으로, 같은 전력을 더 적은 전류로 보내 충전 속도를 높이고 케이블 무게를 줄인다. 전기 마칸이 처음부터 전기차 전용 뼈대인 PPE로 만들어진 덕분에 구조적으로 무리 없이 얹혔다.
무게중심을 가장 낮게 깔았다
포르쉐가 GTS에서 강조한 대목은 출력보다 하체다. 2세대 마칸 가운데 무게중심이 가장 낮다고 밝혔다. 에어 서스펜션을 다시 손보면서 이 등급만을 위한 댐퍼를 넣고 롤바 설정도 바꿨다. 코너에서 차체가 기우는 양을 줄이면서 승차감은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기 SUV는 바닥에 깔린 배터리 때문에 무게중심이 낮은 편이지만 전체 무게 자체가 무겁다. 이 모순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주행 감각을 가르는 지점인데, 포르쉐는 무게를 덜어 내기보다 하중 이동을 정교하게 통제하는 쪽을 택했다. GTS라는 이름을 붙인 근거를 출력이 아니라 세팅에 둔 셈이다.
오버부스트는 제한된 시간 동안만 최대 출력을 허용하는 기능이다. 배터리와 모터가 견딜 수 있는 열을 감안해 평소에는 출력을 낮춰 두고, 런치 컨트롤이나 급가속 상황에서만 잠깐 풀어 준다. 509마력과 563마력이라는 두 숫자가 함께 표기되는 이유다. 내연기관에서 과급압을 일시적으로 올리던 방식을 전기차로 옮겨 온 개념에 가깝다.
값은 터보와 얼마나 벌어지나
10만 5850달러라는 값은 기본형 마칸 전기차보다 확실히 높고 터보보다는 낮다. 국내에서 전기 마칸은 이미 판매 중이며 GTS 도입 여부와 국내 가격은 따로 공개된다. 환율과 세금이 얹히는 구조라 현지 가격이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경쟁 구도는 뚜렷하다. 같은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 Q6 e-트론이 형제차 관계로 같은 PPE 뼈대를 쓰고, 밖으로는 BMW iX3와 메르세데스 EQE SUV가 비슷한 구간에 있다. 이 가운데 주행 성능을 앞세운 등급을 별도로 세운 곳은 많지 않아, GTS의 자리 자체가 차별점으로 꼽힌다.
전기차에서도 등급 체계는 그대로다
포르쉐는 내연기관 시절 쌓아 온 등급 체계를 전기차에도 그대로 옮기고 있다. 기본형, GTS, 터보로 이어지는 구조다. 배기량과 실린더 수로 등급을 나누던 방식이 사라진 자리를 출력과 하체 세팅으로 메우는 방식인데,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름표를 남겨 두는 효과도 있다.
다만 포르쉐의 전동화 계획은 최근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더디자 일부 모델의 내연기관 생산 기간을 늘리고 전기 전용 모델 출시 시점을 미루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기 마칸이 나온 뒤에도 기존 내연기관 마칸을 일부 시장에서 계속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두 갈래를 동시에 굴리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전기 마칸은 포르쉐가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판매량을 떠받쳐야 하는 차다. 카이엔과 마칸이 브랜드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온 만큼, 중간 등급을 채워 선택지를 넓히는 작업은 라인업 전략의 핵심에 가깝다. GTS가 얼마나 팔리느냐가 다음 전동화 모델의 등급 구성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PPE는 포르쉐와 아우디가 함께 만든 전기차 전용 뼈대다. 800V 구조와 고성능 주행을 전제로 설계돼 마칸과 아우디 Q6 e-트론이 이 위에 올라간다. 부품을 공유하면서 브랜드별로 서스펜션과 제어 세팅을 다르게 가져가는 방식인데, 개발비를 나누면서도 주행 성능 차이를 남기려는 절충이다. 같은 뼈대를 쓴 두 차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느냐가 이 전략의 시험대가 된다.
국내에서도 전기 마칸은 수입 전기 SUV 가운데 판매가 꾸준한 편이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시장이라 등급이 늘어나면 상위 트림으로 옮겨 가는 수요가 따라붙는 경향이 있다. GTS 도입이 확정되면 기존 기본형 구매를 미루던 대기 수요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값이다. 국내 출시가가 1억 5000만원 안팎에서 정해진다면 기존 마칸 구매층이 움직일 여지가 크고, 그 위로 올라가면 타이칸이나 카이엔 전기차와 겹치는 구간에 들어선다. 라인업 안에서 서로 잠식하지 않게 값을 매기는 일이 이번에도 과제로 남았다.
카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