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16일 전기 C클래스에 C 300 4MATIC 일렉트릭을 더하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사륜구동으로는 두 번째 모델이다.

전기 C클래스는 지난 4월 20일 한국에서 생중계로 세계 최초 공개된 차다. 그 라인업의 아래쪽을 채우는 모델이 이번에 들어왔는데, 막내치고는 숫자가 만만치 않다.

막내인데 416마력이다

C 300 4MATIC 일렉트릭은 앞뒤 모터를 합쳐 310kW, 약 416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800Nm, 제로백은 4.5초, 최고속도는 210km/h다.

윗급인 C 400 4MATIC은 360kW에 약 482마력, 제로백 4.0초다. 출력 차이는 분명하지만 0.5초를 위해 값을 더 낼지는 따져 볼 문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토크다. 두 모델 모두 800Nm로 같다. 전기차에서 체감 가속을 좌우하는 것은 최고출력보다 초반 토크인데, 그 숫자가 동일하다면 일상 주행에서 느끼는 차이는 카탈로그 수치보다 훨씬 작아진다. 신호에서 출발하거나 고속도로에 합류할 때 두 차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416마력이라는 숫자 자체도 과거 기준으로는 막내에 어울리지 않는다. 내연기관 시절 C클래스에서 이 출력은 AMG 영역이었다. 전기 구동계가 출력을 싸게 만들어 내면서, 제조사들이 성능으로 트림을 나누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정이 여기서 드러난다.

10분에 290km를 채운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 측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는 실용량 85kWh 리튬이온이다. WLTP 기준 주행거리는 549690km로, 휠과 사양에 따라 폭이 넓다. 전비는 100km당 17.814.1kWh다.

충전은 800볼트 구조를 써서 최대 320kW를 받는다. 10분이면 최대 290km 분량이 들어오고, 10%에서 80%까지는 22분이 걸린다. 완속은 기본 11kW, 선택 사양으로 22kW를 고를 수 있다.

C 400은 94kWh 배터리로 762km를 달리고 330kW를 받는다. 배터리가 9kWh 크고 주행거리는 72km 길지만, 충전 속도 차이는 10kW에 그친다.

800볼트 구조는 같은 전력을 더 낮은 전류로 보낼 수 있어 발열과 케이블 굵기를 줄인다. 그만큼 높은 출력으로 충전을 받아도 배터리가 덜 버거워진다. 10분에 290km면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에 서울에서 대전을 왕복할 분량이 들어오는 셈이다. 주행거리 숫자보다 이쪽이 실제 장거리 경험을 더 크게 바꾼다.

값 차이는 4760유로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 후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독일 기준 값은 부가세를 포함해 6만 2951유로다. 법인용 부가세 제외가는 5만 2900유로이고, 리스는 월 449유로부터 시작한다. C 400은 6만 7711유로다.

두 모델의 차액은 4760유로다. 이 돈으로 66마력과 0.5초, 주행거리 72km를 사는 셈인데, 일상 주행에서 체감하기 쉬운 항목은 주행거리 정도다. 690km도 부족하다고 느끼기는 어려운 숫자여서, 막내가 윗급의 존재 이유를 흐려 놓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래를 채우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 실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 실내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 안에서 윗급을 깎아먹는 구성처럼 보이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계산이 다르다. 전기 세단 시장에서 진입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후보군에서 아예 빠지기 때문이다.

같은 값 구간에서는 BMW i4와 테슬라 모델 3, 그리고 중국 브랜드의 상위 모델이 맞붙는다. 6만 유로대 초반에 416마력과 690km를 얹은 사륜구동 세단을 놓으면 비교표에서 밀리지 않는다.

전기차 구매 검토가 온라인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소비자는 브랜드 안의 트림 서열보다 같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차들을 나란히 놓고 본다. 그 표에서 빠지지 않으려면 진입 가격이 먼저 맞아야 한다. 윗급과의 차이가 좁아지는 손해보다, 후보군에서 탈락하는 손해가 크다는 판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 주행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전기 C클래스는 헝가리 케치케메트 공장에서도 생산 준비가 진행 중이다. 생산 거점을 늘린다는 것은 물량을 늘리겠다는 뜻이고, 물량이 늘면 값을 더 내릴 여지도 생긴다.

C클래스는 벤츠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세단이다. 이 차종의 전동화가 순조롭게 굴러가는지가 브랜드 전체 전동화 속도를 좌우한다. 윗급을 깎아먹는 한이 있어도 진입 트림을 서둘러 채운 것은, 판매량이 먼저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출시 시기와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본국에서 라인업 아래쪽이 이렇게 채워졌다는 것은, 국내에 들어올 때도 진입 트림이 따로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다. 국내 전기 세단 시장은 보조금 상한선이 가격 정책을 좌우하는 구조라, 어느 트림을 먼저 들여오느냐가 판매량을 크게 가른다. 윗급이 애매해 보이는 구성이 사실은 가장 현실적인 답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