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커가 중국에서 파는 전기 미니밴 믹스는 문을 여는 방식부터 다르다. 조수석 문은 앞으로, 뒷문은 뒤로 미끄러지고 두 문을 동시에 열면 사이를 막던 B필러가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앞뒤 좌석이 하나로 이어진 출입구가 만들어진다. 운전석 문만 여닫이로 남겨 운전자는 기존 방식 그대로 타고 내린다. 슬라이딩 도어를 세 개나 한 차에 넣은 사례는 흔치 않다. 아이를 안고 타거나 짐을 들고 오를 때 체감 차이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구조다.

기둥이 없으면 충돌은 어떻게 버티나

지커 믹스 측면
지커 믹스 / 사진=지커

기둥을 없앤 만큼 측면 충돌 대응은 문과 바닥 구조가 떠안는다. 지커는 문 안쪽 보강재와 바닥 프레임이 하중을 나눠 받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차체 강성을 어디서 확보하느냐가 이런 구조에서는 가장 먼저 검증받는 대목이다.

B필러를 없앤 구조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마쓰다 RX-8이나 BMW i3처럼 앞뒤 문을 마주 여는 방식으로 기둥을 지운 사례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현대차 벨로스터가 비대칭 도어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뒷문이 앞문에 물려 있어 앞문을 먼저 열어야 했다. 믹스는 양쪽 모두 슬라이딩이라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실내 구성도 이 개방감을 전제로 짜였다. 2열 시트는 회전이 되고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올라온다. 차를 이동 수단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 규정한 설계다. 문을 열었을 때 만들어지는 넓은 개구부가 이 성격을 뒷받침하는 장치인 셈이다.

102kWh 팩이 702km를 받았다

지커 믹스 후측면
지커 믹스 / 사진=지커

배터리는 두 갈래다. 76kWh 리튬인산철 팩이 중국 CLTC 기준 550km, 102kWh 삼원계 팩이 702km를 인증받았다. 같은 차인데 팩 선택 하나로 주행거리가 150km 넘게 벌어진다. 다만 CLTC는 국내 인증 방식보다 후하게 나오는 기준이라 실제 주행거리는 이보다 줄어든다. 국내에 들어온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인증 수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충전 속도는 이 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800V 시스템에 5.5C 충전을 받쳐 리튬인산철 팩은 10%에서 80%까지 10.5분, 삼원계 팩은 15분이 걸린다. 동력은 뒷바퀴를 굴리는 단일 모터로 최고출력 310kW, 415마력에 최대토크 44.9kgf·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6.8초다. 미니밴 체구에 사륜구동도 아닌 후륜 단모터로 낸 기록이다.

길이는 스포티지급, 휠베이스는 카니발급

지커 믹스 실내
지커 믹스 / 사진=지커

차체 치수가 이 차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준다. 길이 4688mm로 국내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와 비슷한데, 휠베이스는 3008mm로 카니발의 3090mm에 82mm 차이까지 붙었다. 앞뒤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여 얻어낸 수치다. 너비는 1995mm, 높이는 1755mm다.

축간거리를 길게 잡으면 앞뒤 바퀴 사이 공간이 늘어나 실내가 넓어지는 대신 회전 반경이 커진다.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차지하던 자리가 비어 앞쪽 오버행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실내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믹스의 치수는 이 이점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에 가깝다.

길이가 짧아 주차는 쉽지만 너비가 2m에 가까워 좁은 주차 구획에서는 부담이 남는 조합이다. 짧은 차체에 긴 축간거리를 밀어 넣어 실내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자주 쓰이는 접근이지만, 미니밴에서 이 정도까지 밀어붙인 사례는 드물다.

국내 출시는 아직 미정이다

지커 믹스 도어 개구부
지커 믹스 / 사진=지커

중국 판매 가격은 26만 9800위안부터 시작한다. 국내 카니발 상위 트림과 겹치는 구간이지만, 수입 절차를 거치면 인증과 관세, 유통비가 더해져 이 값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전기차 보조금이 얼마나 붙느냐에 따라 체감 가격도 달라진다.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차는 국내 보조금 산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되는 항목이 있다.

B필러가 없는 구조는 국내 인증에서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측면 충돌 시험은 기둥이 하중을 받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항목이 많아, 이를 문과 바닥으로 대체한 구조는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이미 판매 중인 차라 해도 국내 기준을 다시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지커코리아가 지난 5월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브랜드 갤러리를 열면서 믹스를 함께 전시했다. 당시 관람객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출시 시점이었지만, 회사는 인증 절차가 남아 있어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전시 차량은 중국 사양 그대로였다.

지커코리아가 국내에 먼저 내놓는 모델은 중형 전기 SUV 7X다. 가격은 5299만원에서 6999만원으로 공개됐고 인도는 9월부터 시작한다. 믹스가 뒤이어 들어온다면 카니발과 EV9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요를 겨냥하게 된다. 국내 미니밴 시장이 카니발 한 대로 정리돼 있다는 점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도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