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새 이름을 붙여 오던 흐름이 방향을 틀었다. 폭스바겐이 9월 28일 ID.4와 ID.5를 잇는 전기 SUV의 이름을 ID. 티구안으로 확정했다. 티구안은 누적 830만 대 넘게 만들어진 이 회사의 간판 이름이다.
숫자를 붙이던 ID 이름표를 접고 이미 팔리던 모델명을 가져다 쓰는 방식이다. 앞서 ID. 폴로와 ID. 크로스가 같은 길을 걸었고 티구안이 세 번째로, 폭스바겐은 이 차를 전동화 시대로 넘어온 세 번째 주요 모델명이라고 적었다. 익숙한 이름이 고객에게 분명한 기준을 준다는 설명이다.
ID.4·ID.5 자리를 잇는다
폭스바겐은 ID. 티구안이 ID.4와 ID.5의 뒤를 잇는 모델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 공개는 10월 초이고 시장 판매는 2027년 초에 시작한다. 공개 전까지는 위장막을 씌운 채 주행 시험을 이어 간다.
이번에 나온 사진도 위장막을 씌운 상태다. 회사는 이 차를 양산에 가까운 콘셉트카로 적고 아직 판매되는 모델이 아니라고 공식 자료에 못 박았다. 각진 앞모습과 끊김 없이 이어지는 발광 띠, 공기 저항을 줄인 휠이 함께 공개됐고 최종 디자인은 10월에 드러난다.
이름을 물려받는 방식은 이미 두 번 있었다. 사전 계약 3만 대를 넘긴 ID. 폴로와 2만 7995유로부터 시작하는 ID. 크로스가 앞서 같은 전략을 받았다.
누적 830만 대가 만든 이름값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브랜드 최고경영자는 830만 대 넘게 생산된 기록이 이 이름에 쌓인 신뢰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티구안을 여러 쓰임을 감당하는 프리미엄 차라고 표현하며, ID. 티구안이 그 약속을 전기차로 이어 간다고 덧붙였다.
뒤를 받치는 숫자도 있다. 폭스바겐은 티구안이 브랜드와 그룹 양쪽에서 세계 판매 1위 모델이라고 밝혔다. 지난 한 해 티구안과 형제차 타이론의 인도량을 합치면 100만 대를 넘겼다.
전기차 쪽 성적이 나빠서 내린 결정은 아니다. ID.4와 ID.5는 2021년 이후 95만 대 넘게 인도돼 그룹에서 가장 성공한 전기차 계열로 꼽힌다고 회사는 밝혔다. 그런데도 이름은 티구안 쪽을 택했다. 830만 대는 생산 기준이고 95만 대는 인도 기준이어서 잣대가 같지는 않지만, 쌓인 기간과 규모의 차이는 뚜렷하다.
ID는 폭스바겐이 전기차에만 붙여 온 이름표다. 뒤에 숫자를 달아 차급을 갈랐지만 숫자만 보고 어떤 차인지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회사는 확립된 이름이 분명하게 규정된 차 개념을 대표하는 강한 제품 브랜드로 선다고 적었다. 이번에 기준이라는 말을 앞세운 것도 그 지점이다.
전기와 내연기관을 함께 판다

ID. 티구안이 나와도 기존 티구안이 자리를 비우지는 않는다. 폭스바겐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얹은 티구안을 나란히 판다고 밝혔다. 셰퍼 최고경영자는 두 모델이 함께 서로 다른 동력원 선호를 감당하는 제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름을 단 두 갈래가 매장에 함께 놓이는 셈이다.
티구안과 타이론은 가솔린과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나온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채워 일정 거리를 전기로만 달린 뒤 엔진을 쓰는 방식이다. 동력원 선택을 고객에게 넘기겠다는 구성이다.
차체는 커 보이게 다듬었다. 폭스바겐은 완전히 새로 짠 디자인 덕에 한 체급 위 차의 존재감을 낸다고 설명했다. 셰퍼 최고경영자가 내세운 대목도 넉넉한 공간과 직관적인 조작, 새로운 기술이었다. 공개된 사진에서는 앞뒤를 가로지르는 띠 모양 등과 평범한 형태의 문 손잡이가 눈에 띈다.
10월 공개, 출시는 2027년 초

구체적인 제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출력은 이번 자료에 담기지 않았고 값도 마찬가지다. 독일 전문 매체 일렉트라이브도 같은 날 이 발표를 전하면서 공개 시점을 10월로 적었다.
한국 출시 계획은 이번 발표에 들어 있지 않다. 국내 수입 전기 SUV 수요는 사전 예약 사흘 만에 2천 대를 넘긴 BMW iX3 사례처럼 값과 이름에 빠르게 반응해 왔다.
이름을 바꾸는 이유가 인지도라면 그 효과는 티구안이 이미 많이 팔린 시장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어느 시장에 언제 들어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 판매 시점만 2027년 초로 나왔다.
ID. 티구안은 폭스바겐이 전기차 이름표를 다시 짜는 과정의 세 번째 결과물이다. 관건은 이름을 바꾼 것만으로 판매가 움직이느냐다. 10월 공개에서 나올 제원과 값이 그 답의 절반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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