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내놓은 소형 전기차 한 대가 유럽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얻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4월 말부터 유럽에서 소형 전기 해치백 ‘ID. 폴로’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접수된 계약이 3만 대를 넘어섰다.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시승차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계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계약 이후다. 현지 딜러 그룹 대표는 “ID. 폴로 전 라인업이 이미 매진됐고, 대기 기간은 최소 10개월”이라고 밝혔다. 지금 계약해도 차를 받는 시점은 2027년 56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브랜드의 신형 ID.3 네오가 23개월이면 인도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2만 5000유로 트림은 더 기다려야 한다

폭스바겐 ID. 폴로 측면
폭스바겐 ID. 폴로 / 사진=폭스바겐

이 정도 대기 행렬을 만든 배경에는 가격이 있다. 독일 기준 기본 트림인 트렌드의 시작 가격은 2만 4995유로로 책정됐다. 유럽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3만 유로 아래 가격표를 단 모델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스바겐이 대중 브랜드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 꺼내 든 승부수로 읽힌다.

다만 지금 당장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시 초기에는 큰 용량인 52kWh 배터리를 얹은 사양만 공급되며, 이 사양의 가격은 3만 유로를 넘어선다. 2만 5000유로대의 기본형은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에야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저렴한 가격표를 노린 소비자일수록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구조다.

52kWh로 454km, 트렁크는 441L

배터리는 두 가지로 나뉜다. 37kWh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얹으면 WLTP 기준 329km, 52kWh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선택하면 454km를 달린다. 모터 출력은 85kW(116마력)와 99kW(135마력), 155kW(211마력) 세 가지로 구성됐다.

충전 성능도 소형차 기준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37kWh 사양은 약 23분, 52kWh 사양은 약 24분이 걸린다. 급속 충전 기능은 전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구동 방식은 앞바퀴를 굴리는 단일 모터로, MEB 플랫폼을 개선한 MEB+ 위에 올라간다.

차체는 전장 4053mm, 전폭 1816mm, 전고 1530mm에 휠베이스 2600mm를 확보했다. 4m를 갓 넘긴 크기지만 트렁크 용량은 441L에 이르고, 뒷좌석을 접으면 1243L까지 늘어난다. 트림은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 세 가지다.

형제 모델도 나란히 밀렸다

폭스바겐 ID. 폴로 GTI
폭스바겐 ID. 폴로 GTI / 사진=폭스바겐

생산은 스페인 마르토렐 공장이 맡는다.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형제 모델들도 나란히 흥행 중이다. 스코다 에피크는 계약이 3만 5000대를 넘어섰고, 쿠프라 라발 역시 수개월치 물량이 이미 소진됐다. 폭스바겐그룹은 대기 행렬을 줄이기 위해 이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고성능 모델도 준비돼 있다. 166kW(226마력)를 내는 ID. 폴로 GTI는 2027년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내연기관 시절 GTI가 쌓아 온 이미지를 전기차로 옮겨오는 첫 시도인 만큼 관심이 적지 않지만, 기본형조차 10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고성능 사양의 인도 시점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국내 도입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같은 체급에서 기아 EV2가 유럽 공략에 나선 상황이라, 이 가격대의 물량 확보 경쟁이 국산 브랜드의 유럽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