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안후이가 9월 24일 전기 세단 ID. UNYX 09의 사전판매를 시작했다. 사전판매가는 19만 9900위안(약 2만 9620달러)에서 24만 9900위안(약 3만 7050달러) 사이다. 정식 출시는 10월 하순으로 잡혀 있다.
이 차는 독일 브랜드의 배지를 달았지만 두뇌는 중국제다. 폭스바겐과 샤오펑이 함께 개발한 두 번째 모델이고, 주행 보조 연산을 샤오펑이 직접 설계한 칩이 맡는다.
폭스바겐이 7억 달러를 넣고 시작한 동맹의 두 번째 결과물
폭스바겐과 샤오펑의 협력은 2023년 7월에 시작됐다. 폭스바겐이 7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두 대를 함께 만들기로 했고, 그 첫 결과물이 SUV인 ID. UNYX 08이었다. 이번 09는 같은 합의에서 나온 두 번째이자 마지막 차다.
개발과 생산은 중국 현지 법인인 폭스바겐 안후이가 맡는다. ID. UNYX라는 브랜드 자체가 이 합작을 위해 세워진 이름이고, 08과 09는 그 아래 나란히 놓인다. 3년 전의 투자 합의가 SUV 한 대와 세단 한 대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값을 매긴 방식에서도 의도가 드러난다. 앞서 나온 ID. UNYX 08 SUV의 최초 출시가는 22만 9900위안이었는데, 이번 세단의 사전판매 시작가는 그보다 3만 위안 낮은 19만 9900위안이다. 윗급 차체를 내놓으면서 문턱은 오히려 낮췄다.
전장 5081mm 패스트백, 휠베이스는 3030mm

폭스바겐 안후이는 이 차를 ‘B세그먼트 스마트 전기 스포츠 세단’으로 소개했다. 제원은 전장 5081mm, 전폭 1980mm, 전고 1509mm에 휠베이스 3030mm다. B세그먼트를 자처했지만 길이는 5m를 넘긴다.
형태는 패스트백이다. 뒤 유리가 트렁크 끝까지 완만하게 이어져 쿠페에 가까운 옆모습을 만든다. 전고가 1509mm에 묶인 덕분에 차체가 낮게 깔려 보인다.
휠베이스 3030mm는 전장의 60%에 가까운 비율이다. 앞뒤 범퍼가 차지하는 길이를 줄이고 바퀴를 네 귀퉁이로 밀어낸 구성인데, 바닥에 배터리를 까는 전기차에서 실내 길이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세그먼트 표기가 B라고 해서 크기까지 중형에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91.96kWh 인산철 배터리로 755km

배터리는 91.963kWh짜리 인산철(LFP) 팩이고 셀은 CATL이 공급한다. 인산철은 니켈·코발트를 쓰는 삼원계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값이 싸고 오래 간다. 90kWh가 넘는 큰 용량을 인산철로 채운 것은 가격표를 19만 위안대로 내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구동계는 두 가지다. 싱글 모터 뒷바퀴굴림은 230kW(308마력)를 내고 CLTC 주행거리가 755km다. 듀얼 모터 네바퀴굴림은 앞 140kW를 더해 합산 370kW가 되지만 주행거리는 705km로 50km 짧아진다.
같은 배터리를 싣고도 50km가 갈리는 것은 앞 모터와 구동계가 더해진 무게, 그리고 상시 네바퀴굴림이 쓰는 몫 때문이다. 755km와 705km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라, 고객 입장에서는 값과 가속 성능을 놓고 판단하게 된다.
755km와 705km라는 값은 CLTC로 잰 것이다. 중국이 쓰는 이 시험 방식은 실제 도로보다 조건이 완만해 결과가 후하게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이 차가 겨냥하는 시장이 중국이고 맞붙을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수치를 내니 시장 안에서는 견줄 수 있지만, 국내 기준으로 옮기면 숫자가 줄어든다고 보는 편이 맞다.
750 TOPS 샤오펑 칩과 센서 26개

주행 보조는 이 차의 핵심 판매 포인트다. 샤오펑이 자체 설계한 튜링 AI 칩이 들어가는데 연산 성능이 750 TOPS다. TOPS는 초당 처리할 수 있는 연산 횟수를 조 단위로 센 값으로, 카메라와 레이더가 보내는 영상·신호를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데 쓰인다.
센서는 카메라 11개, 밀리미터파 레이더 3개, 초음파 센서 12개로 모두 26개다. 이 구성으로 고속도로와 도심 내비게이션 주행 보조를 지원하고, 주차면에서 주차면까지 이어지는 AI 주행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주차면에서 주차면까지’라는 표현은 출발지 주차 공간에서 차를 빼는 순간부터 목적지 주차 공간에 세우는 순간까지 한 번에 이어 준다는 뜻이다. 고속도로 구간만 맡거나 주차만 맡는 기능을 따로 두지 않고 하나로 묶었다는 주장인데,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손을 떼도 되는지는 정식 출시 이후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공개된 센서 목록에 라이다는 없다. 빛을 쏘아 되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재는 라이다 대신, 카메라가 본 영상과 레이더 신호를 750 TOPS 연산으로 해석해 같은 기능을 내놓겠다는 구성이다. 부품 값을 줄여 19만 위안대 가격표를 지키는 쪽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
ID. UNYX 09는 독일 브랜드가 중국에서 어떤 위치를 잡으려 하는지 보여주는 차다. 차체와 마감은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는 샤오펑이 맡는 분업이다. 정식 출시는 10월 하순이고, 그때 나올 최종 가격이 이 조합의 값어치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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