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03.17km는 1초에 약 140m를 지나는 속도다. 축구장 길이(약 105m)를 1초도 안 걸려 지나간다. BYD의 고급 브랜드 양왕은 전기 하이퍼카 U9 익스트림이 11월 1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이 속도를 냈다고 6일 밝혔다. 판매용으로 만든 양산차가 시속 500km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기록은 제조사 발표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이 속도를 공식 인정했다고 밝혔고, 기네스 세계기록도 ‘양산차 최고 속도’와 ‘전기 양산차 최고 속도’ 두 부문을 함께 줬다.

도로 10km를 막고 이틀 동안 달렸다

장소는 아부다비 알다프라 지역을 지나는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국제도로(E11)다. 서킷이 아닌 공공도로로, 현지 당국이 10km 구간을 막았고 그중 7km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냈다. 운전대는 독일 레이서 마르크 바셍이 잡았다. 지난해 독일 시험장에서 이전 기록을 세울 때도 같은 사람이 탔다.

첫날인 10월 31일에는 두 번 달려 최고 시속 490km에 그쳤다. 엔지니어들은 두 날 사이에 공기역학 부품과 서스펜션 설정, 타이어 공기압을 다시 맞췄다. 이튿날 두 번을 더 달렸고, 그 가운데 두 번째 주행에서 503.17km가 찍혔다.

2년 사이 309km에서 503km까지

U9의 속도 기록은 단계적으로 올라왔다. 2024년 1월 중국 시험에서 시속 309km, 같은 해 10월 독일 ATP 파펜부르크 시험장에서 391.94km를 냈다. 이름에 익스트림을 붙인 고성능 버전은 2025년 8월 472.41km, 한 달 뒤 496.22km를 기록했다. 이번에 6.95km를 더 보태 500km 선을 넘었다.

여기서 알아 둘 점은 ‘한 방향’ 기록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최고 속도 기록은 바람과 경사의 영향을 지우려고 같은 구간을 왕복해 평균을 낸다. 기네스는 이번 기록을 한 방향 주행 기준으로 인정했다. 2019년 부가티가 시론 슈퍼 스포츠 300+ 양산 직전 차로 시속 490.48km를 냈을 때도 한 방향 기록이었다.

모터 4개, 1200V, 배터리 방전 30C

U9 익스트림은 바퀴마다 모터를 하나씩 단다. 모터 하나가 분당 3만 번까지 돌며 555kW(744마력)를 내고, 넷을 합치면 2220kW, 3000마력이 넘는다. CnEVPost에 따르면 차는 1200V 전압 구조 위에 만들어졌고, 배터리는 용량의 30배에 해당하는 전류를 한꺼번에 내보낼 수 있는 경주용 블레이드 배터리다.

시속 500km에서 가장 먼저 버티지 못하는 부품은 타이어다. 양왕은 중국 타이어 회사 지티(Giti)와 함께 500km 이상을 견디도록 만든 반슬릭 타이어를 끼웠다. 차체 높이와 기울기를 실시간으로 잡는 능동 서스펜션, 티타늄 합금을 더한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도 들어갔다.

이 차는 2025년 9월 독일 뉘르부르크링 북쪽 코스를 6분 59초 157에 돌아, 전기 양산차로는 처음 7분 벽을 깼다. 직선 속도만 노린 차가 아니라는 근거로 양왕이 함께 내세우는 기록이다.

30대 한정, 2000만 위안이 넘는다

양산형은 올해 4월 베이징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전 세계에 30대만 만들고, 값은 대당 2000만 위안(약 298만 달러)을 넘는다. 일반형 U9은 모터 4개가 각각 240kW를 내며 중국에서 180만 위안부터 팔린다. 익스트림은 같은 이름을 달았지만 모터 하나의 힘이 두 배를 넘는 별개의 차에 가깝다.

양왕은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다. 다만 모회사 BYD는 국내에서 승용 전기차를 팔고 있고, 그 차들도 블레이드 배터리를 쓴다. BYD는 지난 9월 고성능 브랜드 팡청바오의 전기 세단을 내놓으며 충전 속도를 앞세웠는데, 이번에는 최고 속도로 같은 메시지를 냈다. 중국 브랜드가 값싼 차만이 아니라 성능 경쟁에서도 이름을 올리는 흐름은 수입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커지는 흐름과 함께 볼 대목이다.

남은 관심은 왕복 평균 기록이다. 한 방향 503km가 왕복에서도 500km 위에 머무는지, 그리고 이 속도를 낸 차가 고객에게 넘어가는 30대와 같은 사양인지다. 양왕은 아직 둘 다 따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