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가 9월 24일 중국 고속도로에 2000번째 플래시 충전소를 열었다. 올해 말까지 채우기로 했던 목표를 석 달 앞당겼다.
충전 속도를 자랑하는 전기차가 쏟아져도 그 속도를 받아 줄 충전기가 길 위에 없으면 숫자는 종이에 머문다. BYD가 자사 고속 충전망을 직접 깔아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말 목표를 석 달 앞당겼다
BYD가 그리는 충전망은 고속도로 안에만 있지 않다. 9월 24일 기준 전체 충전소는 341개 도시에 1만 1586곳이다. 한 달이 채 안 된 8월 28일에 1만 곳을 넘겼다고 밝혔으니, 그 사이에만 1500곳 넘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 전체 목표는 2만 곳이다. 남은 석 달 동안 8400곳 남짓을 더 세워야 하는 계산인데, 최근 증가 속도를 그대로 이어 간다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고속도로 2000곳이 먼저 채워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도심에서는 집이나 직장에서 느리게 충전해도 되지만, 장거리 주행 중에는 대체 수단이 없다. 전체 1만 1586곳 가운데 고속도로 몫이 2000곳이니 여섯 곳 중 한 곳꼴인데, 그 한 곳이 담당하는 상황은 나머지 다섯 곳과 성격이 다르다.
휴게소 셋 중 하나, 평균 간격은 100km

2000곳이라는 숫자는 중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3분의 1에 가깝다. 충전소 사이의 평균 간격은 100km를 조금 넘는다.
간격이 의미를 갖는 것은 주행거리가 남아 있어도 다음 충전소가 어디인지 모르면 운전자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100km 간격이면 한 곳을 지나쳐도 다음 기회가 곧 온다. 충전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촘촘해졌다는 뜻이다.
쓰임새를 보여 주는 숫자도 나왔다. 8월 28일까지 이 충전망이 내보낸 전력은 누적 2억 1000만kWh이고, 이용자는 183만 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인원이 BYD가 아닌 다른 브랜드 차주였다.
자사 고객만 받는 폐쇄형으로 운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충전망을 자기 차를 파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굴리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타 브랜드 차주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실리도 있다. 충전기는 세워 두기만 해도 부지와 전력 설비 비용이 나가는 자산이라, 쓰는 차가 많을수록 한 대당 회수 부담이 줄어든다. 183만 명 가운데 60만 명 안팎이 다른 브랜드 차주라면 그만큼 가동률을 떠받치는 셈이다.
커넥터 하나가 1500kW를 내보낸다

이 충전소의 출력은 커넥터 하나당 최대 1500kW다. 블레이드 배터리를 단 차라면 배터리를 10%에서 70%로 올리는 데 5분, 상온에서 97%까지 채우는 데 9분이 걸린다는 것이 BYD가 내건 수치다.
다만 이 숫자는 차와 충전기가 모두 조건을 맞췄을 때 나온다. 아무리 큰 출력을 내보내는 충전기라도 차 쪽 배터리와 제어 장치가 그만큼 받아들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1500kW라는 값은 충전기 한쪽의 상한선이지 모든 차가 실제로 누리는 속도가 아니다.
경쟁도 붙었다. 하루 앞선 9월 23일 지리는 5세대 충전기를 공개하면서 최대 출력 2250kW, 10%에서 70%까지 4분 30초라는 수치를 내걸었다. 충전 속도 경쟁이 제조사 사이의 정면 승부로 옮겨 간 모양새다.
두 회사가 내건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출력은 지리가 750kW 높고, 같은 구간을 채우는 시간은 30초 빠르다. 다만 지리는 충전기를 공개한 단계이고 BYD는 2000곳을 이미 세운 단계다. 제원표의 출력과 길 위에 실제로 선 충전기 수는 다른 종류의 경쟁이어서, 운전자가 체감하는 결과도 그만큼 갈린다.
올해 2만 곳, 해외에도 6000곳

남은 계획은 두 갈래다. 고속도로 밖에서는 협력사와 함께 1만 8000곳을 세우기로 했다. 자사 자본만으로 깔기에는 규모가 크니 부지와 전력을 가진 상대와 나눠 짓는 방식이다. 초급속 충전기는 기기값보다 수전 설비와 계약 전력을 확보하는 쪽이 더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이미 전력을 쓰고 있는 사업자와 손잡는 편이 속도를 낸다.
해외는 6000곳이 목표다. 차와 함께 충전망까지 들고 나가겠다는 구상인데, 충전 인프라가 얇은 시장에서는 충전망 자체가 구매를 설득하는 근거가 된다. 차를 먼저 팔고 인프라가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두 가지를 같이 들여보내는 방식이다.
국내 시장에 대입해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고속도로 휴게소 셋 중 하나에 한 브랜드가 자기 돈으로 세운 초급속 충전기가 서 있고, 평균 100km마다 그런 곳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제조사가 충전 사업까지 직접 떠안는 구조가 국내에서 그대로 재현되기는 어렵지만, 충전 경험이 차의 경쟁력으로 계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장을 가리지 않는다.
고속도로 2000곳은 그 시작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기차 성능 경쟁의 무대가 주행거리에서 충전 속도로, 다시 충전기가 실제로 깔려 있느냐로 옮겨 가고 있다는 것을 이 숫자가 보여 준다. 차의 제원표에 적힌 5분이 길 위에서도 5분이 되려면 결국 충전소가 먼저 서 있어야 한다.
카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