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의 고급 브랜드 덴자가 9월 14일 중국에서 대형 SUV N8L의 순수 전기 사양을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먼저 나온 차에 전기 전용 사양을 더한 것이다.
내세운 숫자는 둘이다. 한 번 충전으로 CLTC 기준 960km를 달리고, 10%에서 97%까지 채우는 데 약 9분이 걸린다. 값은 29만 9800위안(약 4만 4280달러)과 32만 9800위안 두 가지다.
배터리 용량으로 주행거리를 밀어붙였다

960km라는 숫자는 효율이 아니라 용량에서 나왔다. N8L에 들어간 배터리는 130.15kWh짜리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다. 국내에서 팔리는 대형 전기 SUV가 대체로 90~110kWh 구간에 있으니 한 체급 위의 용량이다.
공차중량이 3톤을 넘는 차체에 이만한 배터리를 얹고 960km를 뽑았다는 점이 이 차의 성격을 보여 준다. 무게를 줄여 효율을 끌어올리는 대신, 용량을 키워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쪽을 택했다.
용량을 키우는 방식에는 대가가 따른다. 배터리가 무거워지면 그만큼 차가 무거워지고, 무거워진 차는 같은 거리를 가는 데 더 많은 전력을 쓴다. 용량을 늘려도 주행거리가 비례해 늘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배터리 값이 그대로 차값에 얹히고, 타이어와 브레이크가 닳는 속도도 빨라진다.
다만 CLTC는 중국의 측정 기준이라 실주행과의 간격이 다른 기준보다 크다. 같은 차를 국내 환경부 기준으로 재면 통상 30% 안팎이 빠진다. 960km를 그대로 국내 수치로 옮겨 읽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9분 충전은 800V와 짝을 이룬다

충전 속도는 800V 고전압 구조에서 나온다. 같은 전력을 보낼 때 전압이 높으면 전류가 낮아지고, 전류가 낮으면 열이 덜 난다. 발열이 줄어든 만큼 더 센 출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충전 시간이 짧아진다.
덴자가 밝힌 수치는 10%에서 70%까지 약 5분, 10%에서 97%까지 약 9분이다. 130kWh짜리 배터리를 9분에 채운다는 것은 순간 충전 출력이 대단히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충전기다. 이 속도를 내려면 차뿐 아니라 충전기도 같은 수준의 출력을 내야 한다. 비야디는 올해 중국에 자체 초급속 충전망을 깔고 있는데, 그 망 밖에서는 숫자대로 나오지 않는다. 국내 고속도로 충전기 상당수가 350kW 이하인 점을 생각하면, 이런 사양이 국내에 들어와도 제 속도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6인승에 208리터 앞트렁크

N8L은 전장 5200mm, 전폭 1999mm, 전고 1820mm에 휠베이스 3075mm다. 좌석은 2+2+2 구성의 6인승이다. 2열을 독립 시트로 두고 3열까지 통로를 남기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팔리는 대형 SUV의 7인승 구성과는 성격이 다르다.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는 208리터짜리 전동 개폐식 앞트렁크가 들어갔다. 골프백이나 기내용 캐리어가 들어가는 크기로, 3열까지 승객을 태웠을 때 짐 공간이 부족해지는 대형 SUV의 약점을 메우는 자리다. 전기차라고 해서 앞트렁크가 늘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모터와 인버터, 공조 장치를 앞쪽에 몰아 넣으면 공간이 남지 않는다. 뒷바퀴 단일 모터 구성을 택한 덕에 앞쪽을 비울 수 있었던 셈이다.
동력은 뒷바퀴에 놓인 단일 모터로 370kW, 496마력을 낸다. 듀얼챔버 에어서스펜션에 CDC 댐퍼를 얹었고 후륜 조향으로 회전반경을 4.58미터까지 줄였다. 5.2미터 차체가 국내 아파트 지하주차장 수준의 공간에서도 돌아설 수 있는 수치다.
주행 보조에는 라이다를 쓰는 비야디의 디파일럿 300 체계가 들어간다. 고속도로와 도심 내비게이션 연동 주행 보조,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자동 주행 보조, 자동 주차와 장애물 회피 기능을 지원한다.
값을 매긴 자리가 말해 주는 것
29만 9800위안은 원화로 환산하면 6000만 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130kWh 배터리에 에어서스펜션과 후륜 조향, 라이다 기반 주행 보조를 모두 넣고 매긴 값이다.
비야디는 올해 중국 내수에서 고전하고 있다. 8월 중국 판매가 25만 827대로 1년 전보다 14.3% 줄었다. 대신 해외 판매가 18만 9466대로 134.5% 늘며 빈자리를 메웠다. 상반기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3%를 넘어 전체의 절반을 넘겼다.
덴자는 그 구도에서 내수를 지키는 쪽에 서 있다. 값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는 비야디 본 브랜드와 달리, 고급 사양을 얹어 단가를 지키는 역할이다. N8L이 앞세운 130kWh와 9분 충전은 그 자리를 설명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없지만, 같은 사양이 언제 어느 값에 국내 시장에 닿느냐가 다음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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