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펑이 9월 17일 중국에서 플래그십 SUV G9L을 출시했다. 전장 5120mm, 휠베이스 3100mm의 대형 5인승 SUV로, 순수 전기 네 종류와 주행거리연장형 두 종류를 합쳐 모두 여섯 개 트림으로 나왔다.

눈에 띄는 것은 값이다. 한정 판매가가 23만 1800위안(약 3만 4300달러)부터 시작하는데, 지난달 사전예약을 받을 때 내걸었던 25만 9800위안보다 2만 8000위안, 비율로 10.8%를 깎았다. 공식 권장가 기준으로는 24만 1800위안에서 31만 9800위안 사이다.

사전예약가를 스스로 깎고 시작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사전예약가보다 출시가를 낮추는 것은 이제 흔한 전술이다. 먼저 높은 값을 불러 제품의 급을 인식시킨 뒤, 실제 출시 때 값을 내려 구매 결정을 앞당기게 만드는 방식이다.

다만 2만 8000위안은 그 관행 안에서도 폭이 큰 편이다. 값을 내린 만큼 대당 이익은 줄어드는데, 그 손실을 판매 대수로 메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올해 중국 대형 전기 SUV 구간은 니오 ES9와 리오토 i9, 덴자 N8L이 한 달 사이에 잇달아 들어오면서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 값을 먼저 낮춰 초기 계약을 끌어모으지 못하면 출시 효과가 한 달을 못 간다는 것이 최근 몇 달의 사례다.

샤오펑은 G9L을 처음부터 글로벌 모델로 설계했다고 밝혀 왔는데, 중국 안에서 판매량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해외 확장의 발판이 생긴다. 허샤오펑 최고경영자는 4분기에 월 판매 6만 대를 넘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8월 인도량이 3만 9107대였으니 한 달 만에 50% 이상을 더 팔아야 닿는 숫자다.

5인승과 6인승을 다른 차로 갈랐다

샤오펑 G9L 외장 색상
샤오펑 G9L / 사진=샤오펑

G9L은 5인승이다. 6인승 수요는 형제 모델인 GX가 맡는다. 두 차는 핵심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좌석 구성만 갈라 놓았다.

체급이 비슷한 대형 SUV를 3열 6인승 하나로 묶어 파는 브랜드가 많은데, 샤오펑은 그 수요를 둘로 쪼갰다. 5인승을 고르는 소비자는 2열 공간과 적재함을 원하고, 6인승을 고르는 소비자는 3열 접근성을 본다. 요구가 다른 만큼 한 차로 둘을 모두 만족시키면 어느 쪽에서도 최적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G9L의 2열은 5인승이라는 점을 앞세운다. 21.4인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화면과 12.5리터 듀얼존 냉장고가 들어가고, 앞뒤 좌석을 동시에 눕히면 1.8미터가 넘는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듀얼챔버 에어서스펜션과 후륜 조향은 전 트림 기본이다. 5120mm의 차체에도 최소 회전반경이 5.4미터에 그치는 것은 뒷바퀴가 함께 꺾이기 때문이다.

주행거리연장형은 합쳐서 1602km를 간다

샤오펑 G9L 실내 공간
샤오펑 G9L 2열 공간 / 사진=샤오펑

순수 전기 사양은 CLTC 기준 660km, 702km, 755km 세 갈래다.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을 고를 수 있고, 네바퀴굴림 기준 제로백은 4.45초다.

주행거리연장형은 63.3kWh 배터리에 1.5리터 터보 엔진을 발전기로 얹었다. 전기만으로 435km를 달리고, 60리터 연료탱크를 채우면 합산 1602km까지 간다. 주행거리연장형은 엔진이 바퀴를 굴리지 않고 오직 발전만 맡는 구조여서, 운전 감각은 전기차에 가깝고 충전소가 드문 구간에서는 엔진이 주행거리를 이어 준다.

충전은 800V 구조에 5C 충전을 얹어 10%에서 80%까지 11분 만에 채운다. 5C는 배터리 용량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전류로 충전한다는 뜻으로, 숫자가 클수록 같은 용량을 짧은 시간에 채운다. 중국 업체들이 올해 들어 앞다퉈 내세우는 지점이다.

칩 개수로 트림을 나눴다

샤오펑 G9L 실내
샤오펑 G9L 1열 실내 / 사진=샤오펑

G9L은 트림을 나누는 기준이 독특하다. 가죽이나 휠이 아니라 자체 개발 AI 칩 ‘튜링’의 개수다. 맥스는 한 개, 울트라 SE는 두 개, 울트라는 세 개를 얹고 최상위 사양의 연산 성능은 2250TOPS에 이른다. 주행 보조에는 2세대 VLA 모델을 새로 올렸다.

연산 성능을 트림 구분선으로 삼는 것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이 계속 늘어나는 차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금 당장 쓰는 기능이 같더라도, 칩을 많이 넣은 차가 나중에 더 많은 기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말하면 적게 넣은 차는 언젠가 업데이트에서 밀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구매 시점에 무엇을 고르느냐가 차의 수명을 가른다.

샤오펑은 G9L을 64개국에 내놓을 계획이다. 우핸들 사양 생산은 이미 시작됐고 첫 물량은 호주로 향한다. 유럽 출시는 10월 12일로 잡혀 있다. 국내 도입 계획은 아직 없지만, 지커와 비야디가 이미 들어온 시장에서 5미터가 넘는 중국산 플래그십 SUV가 3만 달러대 값표를 들고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업계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