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가 9월 23일 런던에서 첫 순수 전기차 토르칼을 공개했다. 1919년 회사가 문을 연 뒤 107년 만이고, 콘티넨탈 GT와 플라잉스퍼, 벤테이가에 이은 네 번째 모델 라인이다. 설계와 개발, 생산은 모두 영국 크루에서 이뤄지고 부품은 영국 전역의 공급망에서 받는다.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벤틀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107년 동안 벤틀리는 가장 완전한 차였다. 힘들이지 않는 성능과 뛰어난 안락함, 최고의 천연 소재를 쓴 영국식 수공예, 그리고 영혼이 담긴 소리가 그것”이라며 “토르칼은 중요한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말했다.
888마력, 벤틀리가 만든 가장 큰 토크
토르칼은 기본형인 코어와 더 스포티한 S 두 가지로 나온다. 코어는 821마력에 최대토크 1194Nm를 내고 시속 100km까지 3.4초에 닿으며 최고속도는 250km/h다. S는 런치 컨트롤을 켰을 때 888마력에 1350Nm를 내고 2.9초에 100km/h를 찍은 뒤 260km/h까지 올라간다. 1350Nm는 벤틀리가 지금까지 만든 차 가운데 가장 큰 토크다.
여기서 멈춘 것은 계산된 선택이다. 개발을 맡은 연구개발팀은 이보다 거센 가속을 대부분의 고객이 불편하게 느낀다고 봤다. 동력은 영구자석 동기모터 두 개가 맡는다. 둘 다 드라이 섬프 방식에 오일을 한 번 채워 평생 쓰고, 뒤쪽 모터는 출력축마다 다판 클러치를 둔 잠금 차동장치를 갖췄다.
겉모습도 갈린다. S에는 검은색 외장 크롬과 미러 커버, 어둡게 처리한 후미등, 리어 디퓨저와 스포츠 사이드실이 붙는다. 브레이크 캘리퍼는 빨간색이고 펜더에 S 배지가 들어간다. 휠은 기본형이 21인치, S가 22인치 텐 트윈 스포크를 기본으로 단다. 22인치 옵션 휠이 세 가지 더 있고 그중 하나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맞춘 설계다.
안티롤바를 빼 버린 풀 액티브 서스펜션

벤틀리 최초로 완전 능동형 서스펜션이 들어갔다. 댐퍼 네 개를 각각 즉시 올리고 내릴 수 있어 좌우 쏠림을 잡는 안티롤바 자체가 필요 없어졌다. 쏠림을 억제하는 힘을 막대가 아니라 댐퍼로 무단 조절한다는 뜻이다.
전자식 사륜조향은 기본이다. 뒷바퀴가 최대 5도까지 꺾여 회전반경이 11.1m로 줄었다. 전장 5m짜리 SUV가 도심 골목에서 다루기 쉬워지는 수치다. 브레이크는 앞 420mm·뒤 370mm 주철 디스크가 기본이고, 앞 440mm·뒤 410mm 카본 실리콘 카바이드 사양을 고를 수 있다. 440mm는 세계에서 가장 큰 축에 든다.
600km를 달리고, 7분에 161km를 채운다

배터리는 리튬이온 파우치 셀 192개를 직렬로 이어 붙였고, 공칭 800V에 순용량 113kWh다. WLTP 기준 주행거리는 최대 600km다. 400kW 충전기에서 10%부터 80%까지 채우는 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고, 7분이면 161km를 더한다. 배터리 보증은 10년 16만km다.
전장 5m로 벤틀리 4도어 가운데 가장 짧지만 트렁크는 460L이고 앞쪽 수납공간이 90L 더 있다. 레이더와 센서, 카메라 25개가 차 주변을 훑는다. 좁은 길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미리 파악해 둔 지점까지 스스로 후진해 상대를 보내 준다. 도어 네 짝은 레이더 제어로 여닫히고,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는 것만으로 자기 쪽 문을 닫을 수 있다.
사람이 연주한 소리, 100% 메리노 울

소리는 흉내 내지 않고 새로 만들었다. 개발팀은 6.75리터 V8의 박동이 벤틀리다움의 핵심이라고 보고 드럼과 비올라, 베이스 기타를 실제로 연주해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를 녹음했다. 운전자가 요구하는 토크와 속도에 맞춰 이 소리가 커지고 작아지며, 조용한 쪽을 원하면 완전히 끌 수 있다. 방향지시등 소리는 실내 공방에서 가죽을 망치로 두드려 녹음했고, 터치스크린 알림음은 크리스털 잔에서 따왔다.
실내에는 서머싯의 직물 회사 폭스 브라더스와 함께 개발한 세계 최초의 100% 메리노 울 자동차 원단이 들어간다. 메리노 울은 옷감으로는 오래 쓰여 왔지만 자동차 실내가 요구하는 내구성을 채우지 못해 그동안 쓰이지 못했다. 폭스 브라더스는 18세기부터 고급 모직을 짜 온 회사다. 이 원단은 책임 양모 기준(RWS) 인증을 받은 첫 자동차 원단이기도 하다.
멀리너의 새 마감재 옹브레 월넛은 호두나무 자투리와 재생지를 최대 1000겹 눌러 붙인 뒤 1mm가 안 되게 잘라 만든다. 검정에서 짙은 연기색, 옅은 연기색으로 네 가지 호두나무 색조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올리브 탄 가죽은 15가지 색으로 나오고 같은 수의 디나미카, 다섯 가지 색의 메리노 울이 짝을 이룬다.
오디오는 620W 16스피커가 기본이고, 나임과 함께 만든 1780W 28스피커 사양을 고를 수 있다. 시트에 진동을 전달하는 장치와 앞좌석 헤드레스트 스피커, 돌비 애트모스 7.1이 여기에 들어간다. 화면은 벤틀리 전용 곡면 OLED를 써 검정이 더 깊게 표현되고, 안면인식으로 운전자를 알아봐 시트와 운전대 위치, 주행 보조 설정을 불러온다.
토르칼은 벤틀리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라인업 옆에 순수 전기라는 선택지를 하나 더 놓는 차다. 마틴 페이지 토르칼 제품라인 디렉터는 “기술에 잡아먹히지 않고 끝까지 벤틀리로 남도록 공들여 개발했다”고 말했다. 새로 다듬은 벤틀리 엠블럼이 처음 붙은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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