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규모를 키우는 것이 늘 복잡한 부품은 아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9월 11일 폭스바겐그룹 미국법인의 조향 장치 리콜을 접수했다. 캠페인 번호 26V590000, 원인은 스티어링 랙을 서브프레임에 붙들어 매는 볼트 한 개다.
대상은 세 차종에 걸쳐 있다. 2018년형 폭스바겐 티구안, 20182019년형 폭스바겐 아틀라스, 20192021년형 아우디 Q3다. 브랜드가 갈리는데도 한 캠페인으로 묶인 이유는 세 차가 같은 방식으로 랙을 고정하기 때문이다.
볼트가 부식되면 랙 하우징이 깨진다
스티어링 랙은 운전대의 회전을 좌우 직선 운동으로 바꿔 앞바퀴를 미는 부품이다. 이 랙은 차체 아래 뼈대인 서브프레임에 볼트로 고정된다. 고정이 풀리면 운전대를 돌려도 바퀴가 따라오지 않는다.
NHTSA에 접수된 내용에 따르면 이 고정 볼트 가운데 하나가 부식돼 부러질 수 있다. 볼트가 부러지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스티어링 랙 하우징까지 함께 깨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목됐다.

결과는 조향 제어 상실이다. 당국은 랙 하우징이 깨지면 조향을 잃어 충돌 위험이 커진다고 적었다. 부품 하나의 부식이 주행 중 방향 제어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라 대수와 무관하게 등급이 높은 결함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만 20만 8274대, 세 차종으로 갈린다
미국 대상 대수는 20만 8274대다. 차종별로는 티구안이 8만 5713대, 아틀라스가 8만 2601대, 아우디 Q3가 4만 410대라고 미국 자동차 매체 카스쿱스는 집계했다.
연식 폭이 좁다는 점이 눈에 띈다. 티구안은 2018년형 한 해뿐이고 아틀라스는 두 해, Q3만 세 해에 걸쳐 있다. 특정 시기에 쓰인 볼트 사양이나 방청 처리에 초점이 맞춰진 리콜로 읽히는 대목이다.

유럽 매체들은 이 결함으로 전 세계에서 400만 대에 이르는 리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보도된 전망이고, 폭스바겐그룹이 공식 확인한 전 세계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금 문서로 확인되는 숫자는 미국분이다.
카스쿱스가 이번 건을 두고 “디젤게이트 이후 최대 리콜”이라는 표현을 쓴 근거도 그 전망치다. 공식 문서로 대조할 수 있는 범위는 미국 20만 8274대까지이므로, 전 세계 규모를 기정사실로 읽기에는 아직 이르다.
시정은 볼트 한 개 교체, 비용은 무상
시정 방법은 단순하다. 딜러가 우측 스티어링 랙 마운팅 볼트를 무상으로 교체한다. 부러질 수 있다고 지목된 바로 그 한 개를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조치다.
폭스바겐이 내부적으로 붙인 리콜 번호는 48LG와 48VT 두 가지다. 하나의 NHTSA 캠페인 아래 번호가 둘로 나뉘어 있어, 정비 예약 때는 차종에 맞는 번호를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소유자 통지서는 2026년 11월 10일 발송될 예정이다. 접수가 9월 11일이었으니 두 달가량 시차가 생긴다. 그사이 차주가 먼저 확인하려면 차대번호로 조회하는 방법이 있고, 폭스바겐 미국 고객센터 전화번호도 함께 공고됐다.

원인이 부식이라는 점도 일정에 영향을 준다. 부식은 사고처럼 한 번에 드러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현상이라, 접수 시점보다 실제 파손이 나타나는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연식 범위가 2018년형부터 잡힌 것도 그 축 위에 있다.
국내 리콜 여부와 대상 대수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캠페인은 NHTSA에 접수된 미국 리콜이고, 국내는 자동차리콜센터를 통해 별도로 공고된다. 같은 부품을 쓴 차가 국내에 들어왔는지는 제조사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카인사이트가 앞서 정리한 올해 1~8월 국내 리콜 현황을 보면, 제작결함이 확인되고 실제 시정 공고가 붙기까지는 시차가 있었다. 해외에서 먼저 뜬 캠페인이 국내로 이어질 때도 같은 간격이 생긴다.
브랜드가 전동화로 가도 남는 문제
폭스바겐은 이름을 다시 쓰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얼마 전에는 ID.4와 ID.5를 잇는 전기 SUV에 티구안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다고 했다. 이번 리콜에 오른 티구안은 그 이름의 원래 주인인 내연기관 모델이다.
전동화가 진행돼도 이미 팔린 차의 부품 결함은 그대로 남는다. 조향처럼 기능 하나가 통째로 걸린 항목이면 더 그렇다. 브랜드가 무엇을 새로 내놓느냐와 별개로 굴러가는 영역이다.
리콜 대수가 큰 사안일수록 부품 수급과 정비망 처리 속도가 변수로 붙는다. 이번 건은 교체 대상이 볼트 한 개로 좁아 작업 자체는 무겁지 않지만, 20만 대가 넘는 물량이 한 번에 예약으로 몰리면 대기 시간은 별개 문제가 된다.
이번 건에서 확정된 것은 캠페인 번호와 대상 차종, 시정 방법, 그리고 11월 10일이라는 통지 일정이다. 다음에 확인할 지점은 폭스바겐그룹이 전 세계 규모를 공식화하는 시점과 국내 대상 차종 유무다. 볼트 한 개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아직 열려 있다.
카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