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누볼라리를 세상에 내놨다. 하이브리드 슈퍼카를 자사 이름으로 만든 것은 브랜드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루벤 모어 이사는 “아우디가 지금까지 만든 도로용 차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력한 모델”이라는 말로 이 차를 소개했다. 콰트로와 디젤로 이름값을 쌓아 온 회사가 슈퍼카 시장에 정면으로 들어선 것이다.

성능을 숫자로 보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멈춘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6초, 200km까지는 6.8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350km/h를 넘어선다. 양산되는 슈퍼카를 통틀어도 윗줄에 놓이는 기록이다. 아우디가 이만한 영역을 건드린 것은 R8 이후 처음이다.

베일을 벗은 자리는 프랑스 앙티브에서 마련된 아우디 서밋이었다. 행사가 끝나자 차는 곧장 모나코 그랑프리로 옮겨져 실제 도로를 달렸다. 아우디가 포뮬러 원에 발을 들인 시기와 겹치는 만큼, 상징성을 계산한 무대 연출이라는 풀이가 따라붙었다.

V8에 모터 셋을 더해 1001마력

아우디 누볼라리 측면
아우디 누볼라리 / 사진=아우디

동력의 뼈대는 4.0리터 V8 바이터보다. 엔진만으로 588kW(800마력)를 뽑고 최대토크는 730Nm이다. 눈길이 가는 것은 회전 한계로, 1만 rpm까지 돌아간다. 그동안 경주차에서나 보던 영역이다. 과급기를 둘 물려 회전수가 낮을 때도 힘이 꺼지지 않도록 잡았다.

그 위에 납작한 원판처럼 생긴 액시얼 플럭스 모터 셋이 더해진다. 개당 출력은 110kW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7.3kWh로 넉넉한 편이 아닌데, 주행거리를 벌자고 넣은 것이 아니라 짧은 순간에 힘을 보태는 쪽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엔진과 모터를 모두 합산한 시스템 출력이 736kW, 마력으로 환산하면 1001마력이다.

숫자를 뜯어보면 단순 합산은 아니다. 엔진이 내는 588kW에 모터 세 개 몫인 330kW를 그대로 더하면 918kW가 되지만, 아우디가 밝힌 시스템 최고출력은 736kW다. 엔진과 모터의 최고치가 같은 순간에 겹쳐 나오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출력 표기에서 흔히 나타나는 차이다.

액시얼 플럭스라는 이름은 자기장이 흐르는 방향에서 왔다. 일반적인 전기차 모터는 회전축을 둘러싸고 자기장이 도는 구조인데, 이 방식은 축과 나란한 방향으로 자기장을 흘려보낸다. 덕분에 같은 출력을 내면서도 두께를 크게 줄일 수 있어, 공간이 빠듯한 슈퍼카에 여러 개를 나눠 심기에 알맞다.

첫 스케치에서 주행까지 405일

아우디 누볼라리 프로토타입
아우디 누볼라리 프로토타입 / 사진=아우디

아우디가 내세우는 또 하나는 만들어 낸 속도다. 구상을 시작해 굴러가는 시제차를 세우기까지 405일이 들었다. 형태는 잉골슈타트에서 잡았고, 추위 시험은 라플란드에서 치렀다. 무게를 덜어 내는 작업은 넥카줄름에서, 공기 흐름을 다듬는 일은 풍동에서 이뤄졌다. 서스펜션은 스페인 남부에서 맞춘 뒤 이탈리아 나르도에서 고속 주행까지 확인했다.

마지막 점검은 포뮬러 원 드라이버들의 몫이었다. 나르도의 고속 주회로에서는 가브리엘 보르톨레토가 운전대를 잡았고, 노이슈타트 시험장에서는 니코 휠켄베르크가 차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휠켄베르크는 1000마력을 넘기는 출력과 그에 따르는 가속 자체가 하나의 선언과 같다고 평했다.

405일이라는 기간은 슈퍼카를 개발하는 일정으로는 짧은 축에 든다. 완성차 한 대를 처음부터 설계하면 보통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든다. 아우디가 이 숫자를 앞세우는 것도 성능 못지않게 개발 조직의 속도를 보여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60만 유로에 499대만

아우디 누볼라리 실내
아우디 누볼라리 실내 / 사진=아우디

살 수 있는 문은 좁게 열려 있다. 독일 기준 시작가가 60만 유로이고, 만드는 대수는 499대에서 끊는다. 차를 받는 시점은 2027년부터다. 많이 팔아 이문을 남기려는 모델이라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기술을 드러내는 진열대에 가깝다는 평가가 따른다.

대수를 499대에서 묶은 것도 계산이 깔린 선택이다. 한정 생산은 희소성을 만들어 값을 지탱하는 장치이고, 슈퍼카 시장에서는 물량이 풀릴수록 중고 가격이 무너진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500대를 채우지 않고 한 대를 남겨 끊는 방식도 이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방법이다.

디자인에서도 짚을 대목이 있다. 아우디가 새로 다듬은 조형 언어를 양산차에 적용한 첫 사례가 누볼라리이고, 영국에서 열린 카 지니어스 어워즈에서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뒤이어 나올 아우디 차들이 어떤 인상을 갖게 될지 가늠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살펴볼 값어치가 있다.

정리하면 누볼라리는 판매량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차가 아니다. 엔진을 버리지 않으면서 전기모터로 출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그 결과물을 아우디가 얼마나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국내에 들어올지, 들어온다면 얼마에 매겨질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