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스포츠카 두 대를 같은 날 함께 꺼내는 일은 드물다. 스바루가 현지시간 9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에서 열린 복서페스트 2026에서 2027년형 WRX GD25와 BRZ ZC15를 공개했다. 각각 350대와 300대만 만든다.

두 차의 이름은 마케팅에서 지어낸 것이 아니다. 두 모델이 미국에 처음 들어올 때 달고 있던 섀시 코드를 그대로 가져왔다. 섀시 코드는 제조사가 세대를 구분하려고 내부에서 붙이는 기호인데, 스바루는 그 기호를 차명으로 끌어올려 25년과 15년이라는 시간을 제목에 박았다.

GD와 ZC, 연차를 세는 방식

WRX GD25는 2002년 미국에 처음 들어온 WRX를 가리킨다. 그때 쓰던 섀시 코드가 GD였고, 2027년이면 25년이 된다. BRZ ZC15는 2012년에 들어온 1세대 BRZ의 코드 ZC에서 왔다. 이쪽은 15년이다.

스바루 아메리카에서 차종 기획을 맡은 윌리엄 스톡스는 두 차를 “두 모델이 미국에서 쌓은 성능 유산과 성과를 기념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내세운 기준이 성능 개선이 아니라 헌사라는 뜻이다. 실제로 출력은 두 차 모두 기존 값 그대로다.

스톡스는 WRX GD25를 두고 “랠리를 위한 세단과 그 스포츠카 혈통에 바치는 헌사”라고 했고, 그 근거로 ARA 챔피언십을 따낸 ARA25L과 나눠 쓰는 윙을 들었다. BRZ ZC15에 대해서는 “오래 이어 온, 손 닿는 성능 스포츠카의 정수를 담았다”며 뒷바퀴굴림 특유의 감각까지 그대로 남겼다고 덧붙였다.

기념판이라는 이름 아래 두 차에 공통으로 들어간 것은 유산에서 따온 배색과 스바루 성능 액세서리다. 색과 부품으로 연차를 표시하는 방식이라, 엔진이나 변속기 사양을 새로 짜 넣지는 않았다.

월드랠리블루 350대, 랠리카와 같은 윙

WRX GD25는 월드랠리블루 한 가지 색으로만 나온다. 19인치 금색 알로이 휠, 금색 캘리퍼를 씌운 상향 브렘보 브레이크,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7 타이어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월드랠리블루를 입은 스바루 WRX GD25 전측면
스바루 WRX GD25 / 사진=스바루

뒤에 얹은 드라이 카본 스완넥 리어 윙은 스바루 테크니카 인터내셔널(STI)이 만들었다. 스완넥은 날개를 아래에서 받치지 않고 위에서 매다는 방식이라, 날개 밑면으로 흐르는 공기를 덜 막는다. 스바루는 이 부품이 트래비스 파스트라나의 WRX ARA25L 랠리카에 쓰인 것과 같은 물건이라고 밝혔다.

보닛 아래에는 유연형 스트럿 타워 바를 넣어 강성을 보탰고, 서스펜션은 스프링을 단단하게 하면서 감쇠 세팅을 다시 잡았다. 심장은 2.4L 터보 수평대향 271마력에 상시사륜을 물린 구성 그대로다.

실내에는 성능형 레카로 시트가 들어간다. 검정 울트라스웨이드 인서트에 붉은 스티치를 넣고 STI 기어 노브를 달았다. 변속기는 STI 쇼트 시프터를 붙인 6단 수동 하나뿐이고, 인도는 2027년 여름부터다.

세라믹화이트 300대, 뒷바퀴는 그대로 남았다

BRZ ZC15는 이 모델 전용색인 세라믹화이트에 무광 브론즈 휠, 금색 브렘보 캘리퍼, 사이드 실 옆 브론즈 데칼을 붙였다. 흰색과 브론즈의 조합은 2020년 BRZ tS의 배색을 다시 꺼낸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세라믹화이트를 입은 스바루 BRZ ZC15 측면
스바루 BRZ ZC15 / 사진=스바루

뒤에는 검정 데크리드 스포일러가, 보닛 아래에는 유연형 V바가 들어간다. 엔진은 2.4L 수평대향 228마력이고 6단 수동으로 뒷바퀴만 굴린다. 같은 날 공개된 형제차가 네 바퀴를 굴리는 것과 성격이 갈리는 대목이다.

실내는 검정 가죽에 보르도 레드 인서트를 넣어 일반 BRZ와 나눴다. STI 알루미늄·가죽 쇼트 시프터 옆에는 ZC15 기념 명판을 달았다. 300대 한정이고 2027년 초에 나온다.

값은 아직 없다, 예약은 올해부터

스바루는 상세 제원과 가격을 시장 출시 시점에 맞춰 공개하겠다고 했다. 예약은 2026년에 시작하고, 인도는 겨울과 여름으로 나뉘어 2027년에 이뤄진다. 지금 확정된 숫자는 대수와 출력, 색뿐이다.

스바루 WRX GD25에 달린 드라이 카본 스완넥 리어 윙
스바루 WRX GD25 스완넥 리어 윙 / 사진=스바루

650대라는 합계는 기념 한정판 가운데 적은 편이 아니다. 카인사이트가 앞서 다룬 BMW Z4 알피나 로드스터는 99대였고, 1001마력 아우디 누볼라리는 499대에 그쳤다. 스바루는 같은 기념 방식을 쓰면서도 문을 훨씬 넓게 열어 둔 셈이다.

국내 판매 여부는 발표되지 않았다. 스바루가 얼마 전 미국에서 임프레자 기본형 값을 2000달러 내린 것과 견주면, 이번 두 대는 값으로 승부하는 차가 아니라 이름으로 승부하는 차에 가깝다. 두 방향이 한 회사 안에서 같은 달에 나왔다.

두 기념판은 성능 수치보다 연혁을 앞세운 상품이다. 스바루 공식 보도자료가 밝힌 범위도 거기까지이고, 가격과 지역별 배정 물량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350대와 300대가 실제로 어떻게 풀리는지는 예약이 열리는 올해 안에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