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일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이미 약해진 배터리가 추위를 만나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납축 배터리는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든다. 온도가 낮아지면 이 반응 속도가 느려져 같은 배터리라도 꺼낼 수 있는 전류가 줄어든다. 반대로 엔진 오일은 추위에 굳어 시동 모터가 돌리기 어려워진다. 배터리는 덜 주고 엔진은 더 달라고 하는 상황이 겨울 아침에 겹치는 셈이다.
교체 주기는 3~4년, 5만km가 기준이다
일반적인 납축 배터리의 권장 교체 주기는 3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5만km 안팎이다. 넉넉하게 잡아도 34년이고 주행거리가 3만4만km를 넘겼다면 점검해 보는 편이 좋다. 짧은 거리를 자주 다니는 운행 패턴이라면 발전기가 충분히 충전할 시간이 없어 수명이 더 줄어든다.
수명을 숫자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정도 주행해 충전한 뒤 시동을 끄고, 다시 시동 모터를 돌리면서 전압을 재본다. 이때 측정값이 9.5V에 가깝다면 한계에 이른 상태로 본다. 정비소에서 배터리 테스터로 확인하면 몇 분이면 끝난다.
징후는 미리 나타난다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신호가 온다. 시동을 걸 때 크랭킹 소리가 평소보다 느리고 무겁게 들리거나, 계기판 조명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헤드라이트 밝기가 공회전에서 눈에 띄게 흔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블루투스나 내비게이션이 자꾸 초기화되거나 시계가 리셋되는 것도 전압이 불안정하다는 뜻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겨울에 들어서면서 나타난다면 그해 겨울을 넘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내 주차가 가장 효과적이다
방전을 막는 방법 가운데 효과가 가장 확실한 것은 주차 환경이다. 외부 기온이 그대로 전해지는 노상 주차와 달리 지하나 실내 주차장은 온도가 덜 떨어진다. 실내 주차가 어렵다면 제조사가 권장하는 배터리 인슐레이션 패드를 씌우는 방법이 있다. 배터리를 감싸 온도 하락을 늦추는 부품이다.
운행 습관도 중요하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곧바로 시동을 끄기보다 1~2분 정도 공회전을 해 두면 주행 중 소모한 전기를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 차를 오래 세워 둘 예정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은 시동을 걸고 짧게라도 주행하는 편이 좋다. 시동만 걸고 바로 끄면 오히려 전기를 더 쓰게 되므로 10분 이상 주행하는 것이 낫다.
블랙박스가 범인인 경우도 많다
주차 중 전기를 계속 쓰는 장치가 있다면 방전 위험은 크게 올라간다. 대표적인 것이 블랙박스 주차 모드다. 상시 녹화로 설정해 두면 며칠만 세워 둬도 배터리가 바닥날 수 있다. 저전압 차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차단 전압을 너무 낮게 잡지 않는 것이 좋다.
내비게이션이나 공기청정기 같은 액세서리도 시동을 끈 뒤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겨울철에는 히터와 열선 사용이 늘어 주행 중 발전기가 배터리를 채울 여력도 줄어든다. 전기를 쓰는 양은 늘고 채울 기회는 줄어드는 구조다.
점프 스타트는 순서가 중요하다
방전됐을 때 다른 차의 배터리를 빌려 시동을 거는 것을 점프 스타트라고 한다. 순서가 정해져 있다. 먼저 빨간 케이블을 방전된 차의 플러스 단자에 물리고, 반대쪽을 도와주는 차의 플러스에 연결한다. 이어 검은 케이블을 도와주는 차의 마이너스에 물린 뒤, 반대쪽은 방전된 차의 배터리 마이너스가 아니라 엔진 블록 같은 금속 부위에 접지한다.
마이너스를 배터리에 직접 물리지 않는 이유는 스파크 때문이다. 방전된 배터리에서는 수소가 발생할 수 있어 불꽃이 튀면 위험하다. 최근에는 휴대용 점프 스타터가 저렴해져 차에 하나 두는 운전자도 늘었다. 다른 차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절차도 간단하다.
전기차도 12V 배터리는 따로 있다
전기차를 타면 배터리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바퀴를 굴리는 고전압 배터리와 별개로, 전자 장비와 시동 계통을 담당하는 12V 보조 배터리가 따로 들어간다. 이 배터리가 방전되면 고전압 배터리가 가득 차 있어도 차가 켜지지 않는다.
전기차의 12V 배터리는 고전압 배터리에서 자동으로 충전되는 구조지만, 차를 오래 세워 두면 이 기능도 멈춘다. 장기 주차 시에는 전기차 역시 주기적으로 시동을 걸어 주는 편이 안전하다. 겨울철 관리 원칙은 동력원과 무관하게 크게 다르지 않다.
정리하면 겨울철 방전은 관리로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3년이 넘었다면 미리 점검받고, 주차 환경을 가능한 한 실내로 옮기고, 오래 세워 둘 때는 주기적으로 시동을 거는 것이 핵심이다. 한파가 예보된 날 전날 밤에 짧게라도 주행해 두면 아침에 시동이 걸릴 확률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최근에는 배터리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차량도 늘었다. 제조사 앱에서 전압과 충전 상태를 보여 주는 기능인데, 수치가 떨어지면 알림을 보내 준다. 이런 기능이 있는 차라면 겨울에 들어서면서 한 번 확인해 두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대비가 된다.
카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