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타이어를 언제 끼울지 고민된다면 창밖이 아니라 온도계를 봐야 한다.

기준선은 영상 7도다. 그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부터 보통 타이어에 쓰인 고무가 딱딱해지기 시작한다. 딱딱해진 고무는 노면을 움켜쥐지 못하고, 그만큼 차를 세우는 데 필요한 거리가 길어진다. 겨울용 제품은 저온에서도 말랑함을 잃지 않도록 배합을 따로 짠 타이어다. 그래서 눈 한 송이 내리지 않은 맑은 날에도 성능 격차가 생긴다. 이름 때문에 눈길에서만 쓰는 물건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본질은 ‘추위용’에 가깝다.

사계절용은 이름값을 다 하지 못한다. 여름과 겨울 양쪽을 반씩 양보한 설계라 영하로 내려가면 접지 성능이 뚝 떨어진다. 그 자리를 체인으로 메우려는 경우도 있는데, 체인이 힘을 쓰는 건 눈이 두툼하게 쌓였을 때뿐이다. 물기만 언 살얼음이나 바싹 마른 아스팔트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

눈길 제동거리가 두 배 차이 난다

눈길 제동거리 비교
눈길 제동거리 비교 / 그래픽=카인사이트

격차는 시험 수치로 드러난다. 한국타이어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눈이 덮인 길에서 시속 40km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겨울용은 18.49m 만에 멈춰 섰다. 조건을 똑같이 맞춘 사계절용은 37.84m가 필요했다. 멈추는 데 두 배가 넘는 공간을 쓴 셈이다.

승용차 한 대가 대략 4.7m다. 19m라는 차이는 앞차와의 거리를 차 네 대분만큼 더 먹어 들어간다는 뜻이 된다.

얼음판 위에서도 방향은 같다. 시속 20km에서 세우는 시험에서는 겨울용이 사계절용보다 14%쯤 짧게 섰다. 속도가 낮은 탓에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빙판은 한 번 미끄러지면 핸들까지 말을 듣지 않는 곳이다.

두 짝만 바꾸면 오히려 위험하다

겨울용 타이어 교체 수량 기준
겨울용 타이어 교체 수량 기준 / 그래픽=카인사이트

갈아 끼울 때는 네 짝을 한꺼번에 가는 게 정석이다. 앞뒤 중 한쪽만 겨울용으로 바꾸면 축마다 붙드는 힘이 달라진다. 그러면 굽은 길에서 앞머리가 바깥으로 밀려 나가거나 뒤가 훌쩍 돌아가는 일이 잦아진다. 한국타이어 역시 두 짝만 끼울 경우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커져 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돈을 아끼려는 선택이 되레 위험을 사 오는 구조다.

전기차라면 따져 볼 게 하나 더 있다. 차체가 무거운 데다 출발과 동시에 큰 힘이 걸려 타이어가 받는 스트레스가 엔진차보다 세다. 타이어 회사들이 전기차 전용 겨울 제품을 따로 만드는 이유다. 고를 때는 옆면에 새겨진 규격과 하중지수를 확인해 내 차에 맞는지 맞춰 보는 편이 좋다. 대신 접지력을 얻는 대가로 실내 소음이 커지고 연비가 떨어진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11월이 교체 시기다

날짜보다 온도로 시점을 잡는 쪽이 정확하다. 국내 11월 평년 기온이 영상 7도에서 8.2도 사이에 걸쳐 있어, 이 무렵이 교체 적기로 통한다. 아침 기온이 한 자릿수를 찍기 시작하면 슬슬 준비하라는 신호로 보면 된다. 첫눈이 온 다음에는 정비소마다 예약이 밀려 며칠씩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계산에 넣을 만하다.

빌려 타는 차는 별도로 챙겨야 한다. 렌터카나 카셰어링 업체가 보유 차량 전부에 겨울용을 물려 두는 일은 흔치 않아서, 겨울 여행에서 받은 차가 사계절용일 가능성이 꽤 높다. 강원 산간이나 고지대를 넘는 일정이라면 예약할 때 미리 물어보는 게 낫다. 내 차만 잘 갖춰 놔도 빌린 차에서 사고가 나면 결과는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