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오래 타는 사람일수록 엔진오일 교환 주기는 외우고 있다. 반면 브레이크액이나 냉각수처럼 주기가 긴 항목은 한 번도 갈아 본 적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모품은 주기가 짧을수록 기억에 남고 길수록 잊힌다. 문제는 주기가 긴 항목일수록 고장이 났을 때 대가가 크다는 점이다. 항목별 기준을 한 번 정리해 두면 정비소에서 권하는 항목이 필요한 것인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자주 가는 것들: 오일과 필터

엔진오일은 보통 1만km에서 1만 5000km 사이, 또는 1년을 기준으로 잡는다. 제조사 권장 주기는 차종과 오일 등급에 따라 다르므로 취급설명서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합성유를 쓰면 주기가 길어지지만 운행 환경이 나쁘면 그만큼 당겨야 한다.

에어컨 필터, 흔히 캐빈 필터라고 부르는 부품은 6개월 또는 1만km가 기준이다.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를 거르는 부품이라 미세먼지가 심한 시기에는 더 자주 갈아도 된다. 교체가 간단해 직접 하는 운전자도 많다.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를 거르는 에어 필터는 보통 2만km 안팎이다.

와이퍼 블레이드는 6개월에서 1년이다. 고무가 굳거나 갈라지면 유리에 줄이 남는데, 비 오는 날 시야 확보와 직결되는 부품이라 미루지 않는 편이 좋다.

길어서 잊는 것들: 브레이크액과 냉각수

놓치기 쉬운 소모품
장주기 소모품 / 그래픽=카인사이트

브레이크액은 2년 또는 4만km가 기준이다. 브레이크액은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끓는점이 낮아진다.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오래 밟았을 때 액이 끓어 제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과 직결된다. 주행거리가 짧아도 시간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냉각수는 10만km 또는 5년 정도를 본다. 요즘 차에 들어가는 장수명 냉각수 기준이고, 색이 탁해지거나 침전물이 보이면 주기와 관계없이 점검이 필요하다. 미션오일은 차종별 편차가 크지만 10만km 전후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무교환 사양으로 나오는 변속기도 있어 취급설명서 확인이 먼저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들: 패드와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는 3만~4만km가 일반적인 기준이지만 운전 습관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다. 시내 주행이 많고 급제동이 잦으면 2만km에도 한계에 이른다. 제동 시 쇳소리가 나면 이미 늦은 상태다. 정기점검 때 두께를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타이어는 홈 깊이 1.6mm가 법적 한계선이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다만 마모만 기준이 아니다. 고무는 시간이 지나면 굳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적어도 제조일로부터 5년 정도가 지나면 점검이 필요하다. 옆면에 네 자리 숫자로 제조 주차가 표기돼 있다.

전기차는 목록이 다르다

전기차를 타면 이 목록의 절반이 사라진다. 엔진오일과 에어 필터, 점화플러그, 미션오일이 아예 없다. 남는 것은 에어컨 필터와 와이퍼, 타이어, 브레이크액, 냉각수 정도다. 감속기 오일이 미션오일 자리를 대신하는데 교환 주기가 훨씬 길다.

브레이크 패드는 오히려 더 오래 간다. 회생제동이 감속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패드를 쓰는 빈도가 줄기 때문이다. 대신 오래 쓰지 않아 디스크에 녹이 스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타이어는 반대로 더 빨리 닳는다. 배터리 무게 때문에 차가 무겁고 출발 토크가 크기 때문이다.

주기보다 운행 환경이 먼저다

제조사가 제시하는 주기에는 가혹 조건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짧은 거리를 자주 반복하는 운행, 정체 구간이 많은 시내 주행, 극단적인 기온, 비포장 주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권장 주기의 절반 정도로 당기라는 안내가 붙는 항목이 많다.

흔히 오해하는 대목이 있다. 주행거리가 적으면 소모품도 덜 닳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짧은 거리를 반복하는 패턴은 오히려 가혹 조건에 가깝다. 엔진이 충분히 데워지기 전에 시동을 끄면 오일에 수분과 연료가 섞여 성능이 빨리 떨어진다. 주말에만 잠깐 타는 차가 의외로 관리가 더 필요한 이유다.

기록을 남겨 두면 값이 달라진다

교환 내역을 정리해 두면 두 가지가 달라진다. 첫째는 불필요한 정비 권유를 걸러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 무엇을 갈았는지 알고 있으면 판단 기준이 생긴다. 둘째는 차를 팔 때다. 정비 이력이 정리된 차는 중고 시장에서 더 나은 값을 받는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정비 이력은 자동차 365 같은 공공 서비스에서도 일부 조회된다. 다만 모든 정비소가 등록하는 것은 아니므로, 영수증을 모아 두거나 간단한 메모로 관리하는 습관이 확실하다. 항목별 주기를 한 번 정리해 두면 그 뒤로는 반복 작업이다. 차량 취급설명서 뒤쪽에 제조사가 제시한 정비 일정표가 실려 있으니, 이 표를 한 번 훑어 두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판단 기준이 생긴다.

보증 기간 안에는 지정 정비소를 이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소모품 교환 내역이 제조사 전산에 남아, 나중에 보증 수리를 받을 때 관리 소홀을 이유로 거절당할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보증이 끝난 뒤에는 값과 편의를 따져 옮겨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