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는 그동안 기업의 로드맵에만 있던 단어였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7개 부처가 9월 28일 신형 배터리 산업의 15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단어를 국가 문서로 끌어올렸다.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초기 수준에서 대규모로 적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건에 이름을 올린 부처는 공업정보화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교통운수부, 상무부, 시장감독관리총국, 국가에너지국, 국가철도국이다. 배터리를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교통·에너지·유통을 아우르는 기반 정책으로 다루겠다는 배치다.
공업정보화부가 공고한 통지에 붙은 문서번호는 공신부연규 2026년 220호다. 계획은 다섯 갈래 아래 19개 중점 과제와 다섯 개 특별 항목으로 짜였다.
전고체, 연구실에서 생산 라인으로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바꾼 전지다. 액체 전해액이 사라지면 발화 위험이 줄고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릴 여지가 생기지만, 고체끼리 맞닿는 면에서 이온이 잘 흐르지 않는 문제가 남는다.
계획이 짚은 과제도 정확히 그 지점이다. 이온 전도도와 사이클 안정성을 끌어올리면서 원가를 함께 낮추라고 적었다. 계면 접촉 개선, 수명 연장, 가압 시스템 공정화, 고성능 고체 전해질의 양산 확대가 항목으로 들어갔다.

양극은 고전압·고용량 소재로 가고, 음극은 리튬금속 기반과 무음극 설계로 간다는 방향도 함께 제시됐다. 전고체용 등방압 프레스 같은 생산 설비를 직접 개발하라는 대목은 소재만이 아니라 장비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1만 5000회와 PPB, 숫자로 박은 목표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구체적인 수치다. 장수명 리튬전지의 충방전 수명을 1만 5000회로 제시했고, 선도 기업의 제품 불량률을 PPB 수준으로 낮추라고 적었다.
PPB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단위다. 불량률을 이 단위로 말한다는 것은 셀 10억 개 가운데 몇 개 수준까지 관리하라는 요구여서, 소재보다 공정 관리에 가까운 목표다.
같은 문서는 산업 규모의 안정적 성장과 전 주기 혁신 역량 강화도 함께 걸었다. 선진 전극 소재와 신형 전해질, 고급 부자재에서 돌파를 내고 새 체계의 전지 연구개발에서 중대한 진전을 거두겠다는 문장이 목표 항목에 들어가 있다.

수명 1만 5000회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국내 실측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카인사이트가 앞서 다룬 진단 50만 건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명에서는 15만km를 달린 차의 잔존 용량이 93%였다. 사이클 수명이 늘면 그 곡선이 더 완만해진다.
리튬을 축으로, 나트륨과 흐름전지를 옆에
계획은 리튬전지를 중심에 두고 나트륨전지와 흐름전지를 보완재로 배치했다. 나트륨전지에 대해서는 원가와 안전성, 자원 확보라는 이점을 들며 저온에 강하고 에너지 밀도를 갖춘 동력용, 그리고 수명이 긴 저장용 개발을 주문했다.
초고속 충전 배터리의 상용화 능력을 키우라는 항목도 들어갔다. 중국에서 충전 속도 경쟁이 이미 인프라 단계로 넘어간 것은 BYD가 고속도로 급속충전소 2000곳을 채운 데서도 드러난다.
산업 구조 쪽으로는 기업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국내 리튬·코발트 자원의 탐사와 개발을 앞당기라고 했다. 공급망을 기술과 자원 양쪽에서 함께 묶는 방식이다. 기술 목표와 산업 재편을 한 문서에 담았다는 점이 이번 계획의 성격을 보여준다.
회수망과 배터리 여권까지 적었다
폐배터리 처리도 문서에 들어갔다. 기업이 자기 판매량에 걸맞은 사용후 배터리 회수 체계를 갖추도록 했고, 여건이 되는 주요 수출 시장에서는 현지에 재활용 설비를 세우도록 권했다.

여기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포함한 제품에 디지털 신분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배터리 여권 방식을 검토하며 탄소발자국 데이터의 상호 인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붙었다. 유럽이 요구하는 이력 관리 흐름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재활용 자체는 이미 폐배터리 원료 100%로 만든 셀이 나올 만큼 기술적으로는 앞서 있다.
이번 계획은 앞서 나온 지능형 커넥티드 신에너지차 15차 5개년 계획과 짝을 이룬다. 그쪽이 2030년 국내 승용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 비중 70%를 목표로 잡았다면, 이번 문건은 그 차에 들어갈 전지의 기술과 생산, 회수를 규정한 셈이다.
국내 업계에 곧바로 적용되는 규제는 아니다. 다만 배터리 여권과 탄소발자국 상호 인정처럼 국경을 넘는 항목은 언젠가 수출 조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음에 확인할 지점은 2030년이라는 시점과 1만 5000회라는 숫자가 실제 양산 제품에서 어디까지 좁혀지느냐다.
카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