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일본에서 파는 랜드크루저 300의 동력계 구성을 바꿨다. 3.5리터 V6 트윈터보 가솔린을 라인업에서 빼고, 그 자리에 하이브리드를 넣었다. 발매는 10월 1일이다.
가솔린을 없앤다고 해서 엔진이 작아진 것은 아니다. 새 하이브리드는 같은 3.5리터 V6 트윈터보에 전기 모터를 물린 구성이다.
출력은 오히려 올라갔다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합산 출력은 457마력, 최대토크는 790Nm다. 빠진 가솔린 V6보다 힘이 세졌다. 외부 충전을 하지 않고 주행 중에 배터리를 채우는 방식이라, 운전자가 따로 신경 쓸 일은 없다.
남은 다른 한 갈래는 3.3리터 트윈터보 디젤이다. 303마력에 700Nm를 낸다. 출력만 보면 하이브리드에 밀리지만, 낮은 회전수에서 토크가 꾸준히 나오고 연료 효율이 좋아 장거리와 험로에서 선호되는 쪽이다.
결국 일본 시장의 랜드크루저 300은 힘을 원하면 하이브리드, 효율과 지구력을 원하면 디젤이라는 두 갈래로 정리됐다.
가솔린을 먼저 뺀 순서에는 이유가 있다. 랜드크루저는 오지와 험로를 상정하고 만든 차종이라 연료 효율과 항속 거리가 성능만큼 중요하다. 대배기량 가솔린 트윈터보는 그 두 항목에서 가장 불리한 선택지였다. 배출가스 규제가 조여 오는 상황에서 라인업을 하나 줄여야 한다면 가솔린이 먼저 빠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이브리드가 그 자리를 메우면서 출력은 오히려 올라갔다. 엔진이 힘을 보태기 어려운 저속 구간에서 모터가 즉각 토크를 내주기 때문에, 험로에서 바퀴 하나가 뜨는 상황처럼 섬세한 조작이 필요한 순간에는 오히려 유리한 면도 있다.
그레이드는 셋, 값은 630만 엔부터

그레이드는 GX, ZX, GR 스포트 세 가지다. 진입 등급인 GX는 디젤만 고를 수 있고 630만 800엔부터다. 고급형인 ZX는 디젤 875만 500엔, 하이브리드 980만 1000엔이다. 험로 성향을 강조한 GR 스포트는 디젤 915만 900엔, 하이브리드 1020만 300엔으로 라인업 꼭대기에 선다.
하이브리드를 고르면 같은 그레이드에서 100만 엔 안팎을 더 내야 한다. 원화로 대략 900만원 남짓이다. 출력 차이와 세제 혜택을 어떻게 저울질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갈릴 구간이다.
진입 등급인 GX에 하이브리드를 넣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값을 눌러야 하는 자리에는 디젤만 남겼다는 뜻인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원가가 아직 그만큼 부담스럽다는 신호로 읽힌다. 하이브리드를 고르려면 상위 두 그레이드 중 하나를 택해야 하므로, 실제 부담은 100만 엔보다 커진다.
모델리스타 바디킷도 함께 나왔다
토요타의 커스텀 브랜드 모델리스타는 랜드크루저 300용 전용 킷을 내놨다. 앞뒤 범퍼 익스텐션과 오버펜더, 사이드 스텝, 테일게이트 가니시, 루프 스포일러로 구성되며 값은 54만 6700엔이다. 전용 20인치 휠은 93만 3900엔이 따로 붙는다.
킷을 다 얹으면 150만 엔 가까이 더해진다. 차값의 15%를 넘는 금액이지만, 랜드크루저가 일본에서 오래 커스텀 문화를 끼고 팔려 온 차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낯선 값은 아니다.
모델리스타는 토요타 계열의 정품 커스텀 브랜드다. 사설 튜닝과 달리 제조사 보증이 유지되고 출고 단계에서 장착돼 나오기 때문에, 중고로 넘길 때도 값이 깎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다. 험로용 성향을 강조한 GR 스포트와는 결이 다른, 도심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방향의 선택지다.
편의 장비도 같이 올렸다
이번 변경에서 장비도 함께 손봤다. 무선 충전과 차량·도로 간 통신이 들어갔고, 12.3인치 화면 두 개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JBL 오디오가 적용된다. 상위 그레이드에는 드라이브 레코더까지 기본으로 들어간다.
랜드크루저 300은 2021년에 나온 뒤 세계 여러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졌다. 일부 시장에서는 계약하고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번 변경은 새 세대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규제와 수요 사이에서 동력계를 재배치해 상품성을 다시 맞춘 손질에 가깝다.
국내에는 랜드크루저 300이 정식으로 들어와 있지 않다. 한국토요타는 랜드크루저 계열 중 프라도를 들여왔고, 300은 일본과 중동, 호주 등을 중심으로 팔린다. 이번에 추가된 하이브리드가 국내 도입 논의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디젤 수요가 줄고 하이브리드 선호가 높은 국내 시장 성격을 감안하면 명분은 하나 늘어난 셈이다.
가솔린 V6가 빠진 자리를 하이브리드가 출력으로 메우면서, 적어도 일본 시장에서는 선택지가 줄었다기보다 성격이 또렷해진 쪽으로 정리됐다. 험로를 오래 달릴 사람은 디젤, 도심과 장거리를 섞어 쓰면서 힘을 원하는 사람은 하이브리드다. 60년 넘게 이어 온 차종이 전동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치고는 조용하고 실용적인 답에 가깝다.
카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