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가 비스포크 슈퍼 스포츠카 테메라리오 트리콜로레를 공개했다. 무대는 지난 8월 25일 미국 몬터레이 카 위크 기간에 열린 더 퀘일 행사였다.
트리콜로레는 이탈리아 국기의 삼색을 뜻한다. 람보르기니가 이 이름을 마지막으로 쓴 차는 2011년에 내놓은 가야르도 LP 550-2 트리콜로레였고, 이번 모델이 15년 만에 명칭을 이어받았다. 같은 자리에는 레부엘토 SV가 함께 섰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이름을 하이브리드 시대의 차에 옮겨 붙인 셈이다.
양산차가 아니라 주문 제작 한 대다

몬터레이 카 위크는 매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열리는 자동차 행사 주간이다. 클래식카 경매와 콩쿠르 델레강스, 브랜드별 전시가 한꺼번에 몰려 슈퍼카 제조사들이 한정 사양을 공개하는 무대로 자주 쓰인다. 구매력이 가장 큰 고객층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차는 양산 라인업이 아니라 주문 제작 프로그램인 애드 퍼스넘으로 만들어진 단 한 대다. 디자인 조직인 센트로 스틸레가 함께 붙어 색과 소재를 처음부터 새로 짰다. 스테판 윙켈만 회장은 센트로 스틸레와 애드 퍼스넘의 협업으로 고객이 자신만의 비전을 구현한 세상에 하나뿐인 슈퍼 스포츠카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비스포크 주문은 슈퍼카 브랜드의 수익성을 떠받치는 축으로 꼽힌다. 차 한 대를 더 파는 것보다 이미 산 고객이 옵션을 얹도록 만드는 편이 마진이 크기 때문이다. 이름의 역사를 꺼내 오는 방식도 그 연장선에 있다.
보닛에 이탈리아 국기를 새겼다

외관은 위아래로 색을 나눈 투톤이다. 상단에는 흰색인 비앙코 모노세루스를, 하단에는 햇빛을 받으면 강하게 반사되는 블루 마리누스 샤이니를 썼다. 보닛에는 이탈리아 국기를 형상화한 전용 그래픽이 길게 지나간다. 공기 흡입구와 하단 마감은 유광 네로 녹티스로 정리했고 브레이크 캘리퍼는 붉은색인 로쏘를 골랐다. 휠은 검은색으로 맞춰 색 대비를 살렸다.
색 이름을 하나하나 따로 붙이는 방식은 이 바닥의 오랜 관행이다. 비앙코는 흰색, 블루 마리누스는 바다에서 따온 파랑, 네로는 검정, 로쏘는 빨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카탈로그에 실린 색만 수십 가지이고 애드 퍼스넘을 거치면 고객이 가져온 색을 그대로 조색해 주기도 한다.
실내는 검은색 가죽인 네로 아데를 기본으로 깔았다. 여기에 로쏘 알랄라 색실로 대비 스티치를 넣어 외관의 붉은 포인트와 선을 맞췄다. 도어 패널에는 트리콜로레 레터링을 자수로 박았고 시트 뒤쪽 트림에는 차체 실루엣을 넣었다. 겉모습만 바꾼 특별 사양이 아니라 실내 마감까지 따로 짰다는 점을 내세운 구성이다.
1만 250rpm까지 돌아간다

동력계는 테메라리오 기본 모델과 같다.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 세 개를 물렸고, 모터는 앞바퀴 쪽에 둘, 엔진 뒤쪽에 하나가 들어간다. 배터리는 3.8kWh 리튬이온으로 크지 않아 전기만으로는 짧은 거리만 달린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920마력이다. 우라칸을 대신하는 자리에 놓인 모델답게 자연흡기 V10 대신 하이브리드 V8을 택했다.
이 엔진의 진짜 특징은 회전수다. 엔진 단독 출력은 9000에서 9750rpm 구간에서 800마력이 나오고 레드라인은 1만 250rpm에 걸려 있다. 람보르기니가 1만rpm을 넘겨 쓰는 엔진을 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2.7초, 최고속도는 시속 340km다. 터보를 달고도 자연흡기처럼 끝까지 회전수를 끌어올리는 성격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는 이미 테메라리오가 들어와 있다
고회전 엔진은 부품이 받는 부담이 커 내구성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회전수를 올리려면 피스톤과 커넥팅로드를 가볍게 만들어야 하고, 밸브가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터보를 달면 보통은 회전수를 낮추고 과급으로 힘을 만드는 쪽으로 가는데, 테메라리오는 그 반대 방향을 함께 끌고 간 구성이다.
테메라리오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도 들어왔다. 국내 초고가 스포츠카 구간에서는 페라리와 마세라티가 같은 자리를 놓고 맞붙고 있고, 마세라티 MC퓨라의 국내 값은 3억 3880만원부터 시작한다. 트리콜로레는 판매용이 아닌 전시 사양이어서 값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비스포크 주문은 사양에 따라 값이 크게 벌어져 가격표를 한 줄로 적기 어렵다. 람보르기니의 지난 3월 국내 신규 등록은 26대였다.
람보르기니는 레부엘토와 우루스 SE, 테메라리오까지 라인업을 전부 하이브리드로 바꿨다. 배기량과 실린더 수로 차이를 보여 주던 방식이 막히자 색과 소재, 이름의 역사로 특별함을 만드는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지난 굿우드 행사에서도 테메라리오 비스포크 사양 두 대를 함께 내놨다. 한정 사양을 자주 꺼내는 전략은 브랜드가 가진 이야깃거리를 소진하는 속도를 스스로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다음 특별 사양이 어떤 이름을 다시 꺼낼지가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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