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NX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이 차의 동력계를 전동화 사양만으로 정리했다. NX는 브랜드 판매를 떠받쳐 온 주력 SUV다.

바뀐 폭을 보면 중간 변경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핵심은 동력계다. 엔진만 얹은 사양을 목록에서 지우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둘만 남겼다. 2세대가 2021년에 나왔으니 5년 만의 손질인데, 간판 차종에서 가솔린을 먼저 걷어냈다는 점에서 브랜드가 전동화에 붙인 속도를 읽을 수 있다는 해석이 따른다.

외관에서는 스핀들 그릴을 감싸던 테두리가 사라지고 범퍼와 한 덩어리로 이어졌다. 앞 램프에는 빛이 들어오는 방식을 새로 넣었고, 뒤쪽은 L자가 되풀이되는 형태로 다시 다듬었다. 크기는 길이만 30mm 늘어 4690mm가 됐고 너비 1865mm, 높이 1660mm, 축간거리 2690mm는 손대지 않았다.

배터리를 30% 키워 얻은 100km

렉서스 신형 NX 350h 럭셔리
렉서스 신형 NX 350h 럭셔리 / 사진=렉서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양인 450h+는 배터리 구성을 갈아 끼웠다. 18kWh였던 용량을 23kWh까지, 비율로 30% 가까이 키웠다. 덕분에 WLTP 기준으로 전기만 써서 갈 수 있는 거리가 100km 선을 넘어섰다. 직전 모델과 비교하면 26km가 붙은 것이고, 어지간한 출퇴근 구간은 엔진을 한 번도 돌리지 않고 오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출력도 같이 올랐다. 450h+의 시스템 합산치는 226kW, 307마력이고 시속 100km까지 6.1초가 걸린다. 엔진을 함께 쓰는 350h는 146kW(199마력)를 내며 네바퀴굴림이 7.3초, 앞바퀴굴림이 7.7초를 찍는다. 배터리를 키우면 무게가 불어 가속이 무뎌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에는 오히려 기록이 당겨졌다.

한 가지 감안할 점은 기준이다. WLTP는 유럽에서 쓰는 측정 방식이라 국내 환경부 인증치와 그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국내 인증은 대체로 더 짧게 나오는 편이어서, 100km라는 숫자는 유럽 기준에서의 값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PHEV 최초로 급속충전이 들어갔다

렉서스 신형 NX 450h+ F 스포트
렉서스 신형 NX 450h+ F 스포트 / 사진=렉서스

렉서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DC 급속충전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 450h+가 처음이다.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30분이 들고, 급속 단자는 등급을 가리지 않고 기본으로 달린다. 충전구를 덮는 뚜껑도 전동식으로 바뀌어 운전석에서 여닫을 수 있게 됐다. 완속만 물릴 수 있던 이전 방식이 약점으로 꼽혀 온 만큼, 그 지점을 겨냥한 변화로 읽힌다.

엔진을 함께 쓰는 사양에도 손이 갔다. 모터와 감속기를 한 덩어리로 합친 e액슬을 새로 넣어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를 덜어 냈고, 구동 배터리는 출력과 용량을 나란히 8%씩 올렸다. 주행 보조 장비는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 4.0으로 모든 사양에서 같은 수준을 맞췄다.

급속충전이 들어왔다는 것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쓰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그동안은 집이나 직장에 완속 충전기를 두고 밤새 채워 두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렇지 못한 운전자는 배터리를 비운 채 엔진으로만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30분 만에 80%를 채울 수 있게 되면 외출 중에도 전기 구간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

뉘르부르크링에서 조율한 첫 렉서스

렉서스 신형 NX 실내
렉서스 신형 NX 실내 / 사진=렉서스

안쪽은 대시보드를 처음부터 다시 그렸다. 12.3인치 계기와 14인치 중앙 화면을 나란히 붙였고, 조작하지 않는 동안에는 터치 버튼이 표면 아래로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운전대는 지름을 줄였으며 앉는 높이도 낮췄다. 얼마 전 공개된 신형 ES 세단의 실내를 거의 그대로 옮겨 온 구성이다.

달리는 맛을 다듬는 작업에도 품을 들였다. 차체가 맞물리는 부위를 덧대 비틀림을 잡고 서스펜션과 전동 조향, 제동 제어를 다시 세팅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유럽 사양을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따로 조율했다는 점인데, 렉서스가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은 NX가 처음이다. 승차감을 앞세워 온 브랜드가 주행 쪽을 별도로 손봤다는 점에서 유럽 취향에 맞추려는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유럽에 깔리는 등급은 비즈니스, 이그제큐티브, 럭셔리, F 스포트 넷으로 짜였다. 예약은 올가을에 열리고 차를 받는 것은 2027년 이른 봄부터다. 이 구간에는 BMW X3와 아우디 Q5, 메르세데스-벤츠 GLC, 볼보 XC60이 자리를 잡고 있어, 가솔린을 지운 전략이 유럽에서 먹힐지가 지켜볼 대목이다.

가솔린을 빼는 선택이 무리하지 않은 배경도 있다. 렉서스는 오래전부터 하이브리드를 주력으로 팔아 왔고, NX 역시 국내를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하이브리드가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순수 가솔린 사양은 이미 비중이 얇아져 있었던 셈이라, 이번 정리는 급격한 전환이라기보다 남아 있던 꼬리를 자른 쪽에 가깝다.

남는 물음은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시간이다. 배터리를 키우고 급속충전을 붙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충전 환경이 덜 갖춰진 지역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다만 배터리와 엔진을 함께 싣는 구조라 무겁고 값도 비싸다. 이 방식이 징검다리로 얼마나 오래 쓰일지는 시장마다 갈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