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가 9월 1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전략 업데이트 행사를 열고 2030년 말까지 신차 13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99년 역사상 가장 크고 야심 찬 제품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숫자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구성이다. 13종을 한 덩어리로 굴리지 않고 서구 시장 7종과 중국 시장 6종으로 갈랐다. 같은 브랜드가 지역별로 다른 차를 만든다는 뜻이다.
한 대씩 새로 만들지 않는다

13종이라는 숫자가 곧 13번의 신규 개발을 뜻하지는 않는다. 볼보는 기존 기술과 생산 기반을 그대로 쓰겠다고 못 박았다. 서구용 7종은 SPA2와 SPA3, 그리고 후긴코어 구조를 나눠 쓰고, 중국용 6종은 모회사 지리자동차의 플랫폼과 기술을 끌어다 쓴다.
차종당 투자비를 낮추는 것이 이 계획의 핵심이다. 새 플랫폼을 하나 만들려면 수조 원이 들지만, 이미 생산라인이 돌아가는 구조 위에 차체와 실내만 새로 얹으면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대신 차마다 구조적 개성이 옅어질 위험을 안는다.
동력원도 한쪽으로 몰지 않았다. 순수 전기차를 늘리면서 3세대 하이브리드를 함께 내놓는다. 전기차로 아직 넘어오지 못한 소비자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볼보는 한때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순수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던 브랜드다. 그 목표를 접고 하이브리드를 다시 제품 계획의 한 축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신차 숫자보다 방향 수정에 무게가 실려 있다. 볼보는 이 제품 계획으로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늘리고 영업이익률 8%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함께 제시했다.
시장이 쪼개지자 차도 쪼갰다

지역별로 차를 나눈 배경에는 자동차 시장의 지역화가 있다. 볼보는 기술 규제와 통상 관세, 소비자 취향이 지역마다 갈리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한 대를 만들어 전 세계에 파는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지리자동차와의 공용화 목표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현재 10% 수준인 완성 부품 공용률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재료비를 약 5% 낮추겠다는 것이다. 호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는 지역별로 최적화한 제품 구성과 지리와의 시너지, 전동화와 효율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률 8% 이상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품 공용화는 원가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지만 브랜드에는 양날의 칼이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만 공유하면 이득만 남지만, 소비자가 만지고 보는 부분까지 겹치면 값을 더 받을 근거가 흔들린다. 30%라는 숫자를 어디에 쓰느냐가 다음 10년의 볼보를 가른다. 볼보는 2010년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뒤에도 개발과 생산의 독립성을 지켜 온 것을 브랜드의 자산으로 내세워 왔다.
버튼을 다시 넣기로 했다

이날 함께 나온 소식 가운데 국내 소비자에게 더 와닿는 것은 실내다. 볼보는 화면에 쏠렸던 조작 방식을 되돌려 물리 버튼을 다시 넣기로 했다.
올해 볼보로 돌아온 토마스 잉겐라스 디자인 총괄은 자주 쓰는 기능일수록 손으로 조작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버튼마다 모양과 조작감을 다르게 만들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구분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화면 속 메뉴를 두세 단계 파고들어야 공조를 조절할 수 있는 최근 차들에 대한 불만을 정면으로 받은 셈이다.
모든 기능을 버튼으로 되돌리는 것은 아니다. 볼보가 말하는 것은 화면과 물리 조작 사이의 균형점을 다시 잡겠다는 쪽에 가깝다. 지난 10년 동안 완성차 업계가 버튼을 없앤 데에는 원가 이유가 컸다. 물리 버튼 하나에는 부품과 배선, 조립 공정이 따라붙지만 화면 속 메뉴는 소프트웨어만 고치면 끝난다. 버튼을 되돌린다는 것은 그 비용을 다시 떠안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100주년 쇼카가 다음 얼굴을 보여 준다
구체적인 형태는 2027년 봄 창립 100주년에 맞춰 공개할 쇼카에서 드러난다. 이 차에는 새 외장 디자인 언어도 함께 실린다. 볼보의 상징인 아이언마크 엠블럼과 그릴을 가로지르는 사선도 다시 해석된다.
디자인 언어를 바꾸는 시점을 100주년에 맞춘 것은 계산이 선 선택이다. 13종이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나오는데, 첫 차가 나오기 전에 방향을 한 번에 보여 주면 이후 신차들이 같은 문법 안에서 읽힌다. 차를 하나씩 공개하며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는 방식보다 브랜드 인상을 세우기에 유리하다.
사무엘손 최고경영자는 2030년에는 볼보 전시장이 지금과 매우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볼보는 올해 ES90을 유럽보다 낮은 값에 들여오며 전기차 라인업을 넓혀 왔다. 13종이 차례로 나오는 동안 어떤 차가 어느 시점에 한국에 들어오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다만 중국 전용 6종은 국내 도입 대상이 아니어서, 한국은 서구용 7종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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