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R이 9월 16일 영국 베드퍼드셔 UTAC 밀브룩 주행시험장에서 열린 영국 육군 DVD 2026 행사에서 군용차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의 신규 세 종류를 공개했다. 전술기동차량과 단일 전술기동차량, 그리고 화물칸을 얹은 유틸리티 차량이다.

랜드로버가 군용차를 내놓는 것은 70년 넘게 영국군이 써 온 초대 디펜더 울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차량은 JLR이 새로 만든 디펜더 방산 사업부가 개발을 맡았다.

사다리 프레임을 버리고 모노코크로 갔다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 전술기동차량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 전술기동차량 / 사진=JLR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뼈대다. 군용 4륜구동차는 통상 사다리형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는다. 충격에 강하고 변형해 쓰기 쉬워 수십 년간 표준처럼 통해 왔다.

울프 시리즈 II는 그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2020년 나온 현행 디펜더의 D7x 모노코크 구조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모노코크는 차체와 뼈대가 하나로 붙은 구조로, 승용차에 주로 쓰인다. JLR은 이 구조의 비틀림 강성이 29kNm/도로 기존 사다리형 프레임보다 세 배 단단하다고 밝혔다.

비틀림 강성은 차체를 비틀었을 때 버티는 힘이다. 이 값이 높으면 험로에서 차체가 뒤틀리지 않아 서스펜션이 제 역할을 하고, 무기나 통신 장비를 얹었을 때 장착 각도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군용차에서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다.

패트릭 맥길리커디 디펜더 총괄은 울프 시리즈 II가 대단히 견고하고 다재다능하며, D7x 모노코크 구조 덕분에 군 조직이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에 맞춰 플랫폼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문과 유리를 떼어 낸 전술기동차량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 유틸리티 차량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 유틸리티 차량 / 사진=JLR

이번에 공개된 전술기동차량은 실내가 열려 있다. 문과 옆유리가 없고 앞유리도 떼어 낼 수 있으며, 병력 네 명이 탄다. 특수부대가 쓰는 개방형 차량의 전형적인 구성이다.

문을 없애는 것은 편의를 포기한 대가로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탑승과 하차가 빨라지고, 차에 탄 채로 사방을 살피고 대응할 수 있다. 무게를 덜어 적재 여유를 확보하는 효과도 따라온다.

유틸리티 차량은 성격이 다르다. 뒤를 화물칸으로 만들고 강판 측면과 스페어타이어 거치대를 달았다. 물자 수송과 정비 지원처럼 후방에서 쓰는 역할을 맡는다. 앞서 9월 4일 공개된 첫 사양을 포함하면 울프 시리즈 II 계열은 아홉 가지 파생형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밀브룩 행사장에는 범용차량과 지휘통제차량, 전장 구급차, 그리고 다카르 랠리 경주차까지 함께 나왔다. 랠리카를 군용차 옆에 세운 것은 같은 뼈대가 극한 환경을 견뎠다는 점을 보여 주려는 구성이다. 디펜더는 지난해부터 다카르 랠리에 참가해 사막 구간을 완주한 기록을 쌓아 왔다.

파생형은 아홉 가지까지 늘어난다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 유틸리티 차량 후면
디펜더 울프 시리즈 II 유틸리티 차량 / 사진=JLR

울프 시리즈 II가 파생형을 아홉 가지까지 늘릴 수 있는 것은 모노코크 구조를 택한 덕이 크다. 뼈대가 하나로 붙어 있으니 지붕과 측면, 적재부를 역할에 맞춰 바꿔 얹어도 기본 강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역할별로 요구가 다른 것이 군용차의 특성이다. 전장 구급차는 들것을 넣고 내리는 높이와 실내 평탄면이 중요하고, 지휘통제차량은 통신 장비에 공급할 전력과 냉각이 우선이다. 범용차량은 병력과 화물을 오가며 실어야 한다. 한 플랫폼에서 이 요구를 모두 받아내려면 구조를 손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시험 6만 2000회를 거쳤다

JLR은 울프 시리즈 II를 내놓기까지 6만 2000회가 넘는 시험을 거쳤다고 밝혔다. 차체와 섀시는 자사의 극한 조건 시험 절차를 통과했고, 영국 국방부가 별도로 운영하는 독립 시험장에서 모든 장애물 구간을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이 차는 영국 국방부의 경기동차량 입찰을 겨냥하고 있다. 노후한 기존 랜드로버 군용차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JLR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디펜더 방산 사업부를 통해 나토 회원국의 수요까지 잡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설계와 개발이 모두 영국에서 이뤄졌고 엔진은 울버햄프턴 공장에서 만든다는 점도 회사가 반복해 강조하는 대목이다. 방산 조달에서 자국 생산 비중은 심사 항목이자 정치적 명분이기도 하다.

JLR이 방산에 발을 들인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실적 부진과 생산 차질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방산 계약은 한 번 따내면 납품이 수년에 걸쳐 이어지고 소비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 판매량이 흔들리는 민수 시장 옆에 안정적인 물량을 붙여 두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민수용 SUV의 구조를 군용으로 끌어오는 흐름은 JLR만의 것이 아니다. 개발비를 나눠 쓸 수 있고, 이미 대량 생산 중인 부품을 그대로 조달할 수 있어 단가와 정비 부담이 함께 내려간다. 다만 모노코크 구조는 파손된 부위를 잘라 내고 다시 붙이는 야전 수리가 프레임 방식보다 까다롭다. 실전에서 이 차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강성 수치가 아니라 정비 현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