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코리아가 준대형 세단 ES의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국내에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국내 공식 출시는 10월 13일이다.
눈길이 쏠린 대목은 성능이나 디자인이 아니라 가격표였다. ES 역사상 처음 들어온 순수 전기차가 같은 급 하이브리드보다 싸게 매겨졌기 때문이다.
ES가 37년 만에 전기차를 품었다

ES는 1989년 렉서스 출범과 함께 등장한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하이브리드 사양인 ES 300h가 브랜드의 얼굴 노릇을 해 왔다. 2024년에는 국내 누적 판매 10만 대를 넘겼고, 지금도 렉서스 국내 판매의 약 31%를 차지한다.
8세대는 이 주력 세단에 배터리 전기차를 처음으로 더했다. 라인업은 하이브리드 4개 그레이드와 전기차 5개 그레이드를 합쳐 모두 9개로 짜였다. 하이브리드를 남겨 둔 채 전기차를 나란히 올린 구성이라, 사려는 사람이 같은 차체에서 구동 방식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전기차 사양의 이름은 ES 350e다. 윗급인 ES 500e에는 앞뒤 모터를 모두 얹어 사륜구동을 구현하고 성능을 끌어올렸다. 하나는 가격과 효율을, 다른 하나는 성능을 맡는 두 갈래 구성이다.
하이브리드보다 130만 원 싼 전기차

사전계약 가격은 ES 350e 프리미엄이 7160만 원부터다. 같은 급으로 묶이는 하이브리드 그레이드보다 130만 원 낮다. 통상 전기차가 같은 차종의 하이브리드보다 비싸게 매겨져 온 흐름과는 반대다.
비교 대상을 국산 프리미엄 세단으로 넓히면 격차가 더 분명해진다. 제네시스 G80 전기차와 견주면 시작 가격이 1748만 원 낮다. 트림 전체로는 7000만 원대에서 8000만 원대에 걸쳐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가격 정책을 렉서스 전동화 전략이 달라진 신호로 읽는다. 하이브리드에서 쌓은 신뢰를 전기차 쪽으로 옮기려면 가격에서 먼저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5140mm로 늘어난 차체

차체도 커졌다. 렉서스가 글로벌 공개에서 밝힌 제원 기준으로 전장은 5140mm다. 7세대보다 165mm 길어진 수치로, 늘어난 길이는 주로 뒷좌석 공간을 넓히는 데 쓰였다.
ES 350e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상온 복합 478km다. 준대형 전기 세단 구간에서 크게 앞서는 숫자는 아니지만, 가격대를 함께 놓고 보면 무게가 달라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렉서스코리아는 사전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프로그램도 함께 내놨다. ES 350e 프리미엄을 36개월 운용할 경우 차량 가격의 최대 60%까지 유예금 형태로 남길 수 있는 구성이다. 매달 내는 돈을 줄이는 대신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잔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초기 부담을 낮추려는 구매자를 겨냥했다.
사전계약은 지난 14일부터 전국 렉서스 공식 딜러 전시장에서 받고 있다. 공개와 사전계약을 같은 날 시작한 데다 정식 출시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아, 렉서스가 이번 모델을 서둘러 시장에 올리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대는 누구인가
10월 13일 출시를 앞둔 올 뉴 ES가 마주한 구간은 최근 들어 가장 붐비는 자리다.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가 가격을 앞세워 들어오고,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잇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렉서스가 꺼낸 답은 브랜드가 오래 지켜 온 방식과는 다르다. 성능이나 편의 사양이 아니라 가격을 앞에 세웠다.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쌓아 올린 이름값이 전기차 구간에서도 통할지는 출시 이후 판매가 답할 문제다.
카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