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트럭이 1회 충전으로 최대 700km를 달리는 장거리용 전기 트랙터 FH 에어로 일렉트릭을 내놨다. 전기 대형 트럭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 온 주행거리를 정면으로 겨냥한 모델이다.

해법은 배터리를 무작정 키우는 쪽이 아니었다. 모터와 변속기를 뒷차축 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을 택했다. 이른바 e액슬 구조인데, 전기 모터 두 개와 6단 변속기를 차축에 통합했다. 기존에 모터와 변속기가 차지하던 섀시 공간이 통째로 비면서 그 자리에 배터리 팩을 더 넣을 수 있게 됐다.

배터리 팩 8개, 최고출력 623마력

이렇게 확보한 공간에 배터리 팩 여덟 개가 들어간다. 최고출력은 460kW, 623마력이다. 끌 수 있는 적재중량은 최대 28톤, 트레일러를 포함한 총중량은 48톤까지 허용된다. 장거리와 도시 간 운송을 겨냥한 사양으로, 하루 안에 700km 이상을 소화하는 노선을 목표로 삼았다.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이 흥미롭다. 배터리 팩 구성을 바꿔 주행거리와 적재중량을 맞바꿀 수 있게 했다. 무거운 짐을 짧은 거리로 나르는 노선이면 팩을 덜어 적재중량을 확보하고, 가벼운 짐을 멀리 보내는 노선이면 팩을 채우는 식이다. 한 차종으로 여러 운행 형태를 덮으려는 구성이다.

충전기에 따라 50분과 85분으로 갈린다

충전은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을 지원한다. 700kW 출력으로 물리면 20%에서 80%까지 약 50분이 걸린다. 기존 CCS 350kW 충전기에서는 같은 구간에 약 85분이 필요하다. 35분 차이인데, 운전자 의무 휴게 시간과 맞물리면 하루 운행 계획 자체가 달라지는 폭이다.

로저 알름 볼보트럭 사장은 이 장거리 전기 트럭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볼보는 FH 에어로 일렉트릭 외에 차세대 FH와 FM, FMX 전기 모델도 함께 정리했다. 이쪽은 모터 두 개에 8단 변속기를 물려 최고출력 540kW, 731마력을 내고 주행거리는 최대 470km다. 총중량은 65톤까지 늘어난다.

차 이름에 붙은 에어로는 공기역학을 손봤다는 뜻이다. 볼보는 2024년 FH 에어로를 내놓으면서 캡 길이를 늘리고 앞유리 각도와 사이드미러를 다시 짰다. 유럽이 트럭 캡 길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능해진 변경인데, 연비를 5% 안팎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전기 모델에서는 이 차이가 그대로 주행거리로 돌아온다.

출고는 예테보리 투베 공장에서 시작했다

생산은 스웨덴 예테보리의 투베 공장이 맡는다. 2026년 4월 라인업을 공개한 뒤 첫 차량이 이미 라인에서 나왔고, 시장별 출고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유럽을 먼저 덮고 다른 지역으로 넓히는 순서다.

e액슬은 최근 전기 상용차에서 표준처럼 자리를 잡아 가는 구조다. 부품 수를 줄여 무게와 고장 요인을 함께 덜어 내고, 비는 공간을 배터리에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차축 하나에 모터와 변속기가 몰리면서 정비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은 운용 현장에서 새로 익혀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디젤을 대체하려면 인프라가 먼저다

전기 대형 트럭이 디젤을 실제로 밀어내려면 주행거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메가와트급 충전기가 간선 도로변에 깔려야 하고, 충전 대기 시간까지 감안한 운행 계획이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유럽은 2030년까지 주요 간선에 대용량 충전소를 의무 설치하는 규정을 추진 중이라 조건이 상대적으로 낫다.

비용 구조도 변수다. 전기 트럭은 차량 값이 디젤보다 훨씬 비싸지만 연료비와 정비비가 적게 든다. 운행 거리가 길수록 이 차이가 누적되기 때문에, 하루 수백 킬로미터를 도는 간선 노선일수록 회수 기간이 짧아진다. 유럽 일부 국가가 전기 트럭에 통행료를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것도 계산을 바꾸는 요소다.

국내 사정은 다르다. 대형 화물차 전동화는 아직 시범 단계에 가깝고 충전 인프라도 승용 중심으로 깔려 있다. 볼보트럭코리아가 국내에 전기 트럭을 들여온 전례는 있지만 장거리 트랙터 구간은 아직 비어 있다. 주행거리 700km라는 숫자가 국내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충전소 배치가 먼저 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볼보트럭은 2019년부터 전기 트럭을 양산해 온 업체다. 유럽 전기 대형 트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켜 왔고 누적 판매도 수천 대 규모다. 후발 주자들이 사양 경쟁을 거는 상황에서 실제 운행 데이터를 쌓아 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열화 속도나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폭처럼 카탈로그에 적히지 않는 정보가 여기서 나온다.

경쟁 구도는 당분간 복잡해질 전망이다. 다임러 트럭과 트라톤 같은 기존 업체에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가 가세했고, 미국에서는 테슬라 세미가 양산에 들어갔다.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라는 두 숫자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몇 년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운전자 확보 문제도 변수로 꼽힌다. 유럽은 대형 트럭 운전자 부족이 심각한데, 전기 트럭은 진동과 소음이 적어 근무 환경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료비 절감 외에 인력 확보라는 다른 이유로도 선택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