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대형 전동화 PBV ‘PV7’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무대는 9월 14일(현지시각) 독일 하노버에서 막을 올린 상용차 박람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이었다.

PV7은 기아가 지난해 내놓은 PV5에 이은 PBV 라인업의 두 번째 모델이다. PBV는 차체를 목적에 맞게 갈아 끼운다는 개념으로, 기아는 승용차처럼 완성된 한 대를 파는 대신 골격을 공유하는 여러 갈래를 동시에 굴리는 방식을 택했다. PV5가 소형 밴 시장을 겨냥했다면 PV7은 그 위 체급인 중대형 상용 밴을 노린다. 유럽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스프린터나 포드 e-트랜짓이 버티고 있는 자리다.

길이 5350mm, 유로 팔레트 세 개가 들어간다

기아 PV7 패신저 후면
기아 PV7 / 사진=기아

덩치부터 보면 롱 모델 기준 길이 5350mm, 너비 1995mm, 높이 1990mm다. 휠베이스는 3500mm로 국내 대형 미니밴인 카니발보다 500mm 가까이 길다. 짧은 컴팩트 모델은 길이 5050mm에 휠베이스 3200mm로 내려온다.

적재 공간은 VDA 기준 6.1㎥이고, 지붕을 올린 하이루프 사양은 8.0㎥까지 늘어난다. 기아는 전체 길이에서 화물칸이 차지하는 비율을 51.8%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유럽 물류에서 기준이 되는 유로 팔레트를 세 개 실을 수 있다는 점이 유럽 시장을 겨냥한 설계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대 적재중량은 유럽 기준 1200kg으로, 1톤 트럭 몫을 실내에 담아 나르는 셈이다.

겉모습은 군더더기를 덜어낸 원박스 형태다. 보닛과 필러 가니시, 스키드 플레이트를 검게 처리해 아래쪽을 눌러 주고, 펜더와 D필러에 검은 가니시를 둘러 지붕이 떠 보이게 만들었다. 상용차는 험하게 쓰이는 만큼 멋보다 버티는 힘이 먼저라는 판단이 곳곳에 읽힌다.

200kW 모터에 800V, 급속충전 20분대

기아 PV7 카고 적재 공간
기아 PV7 / 사진=기아

동력은 앞바퀴를 굴리는 200kW 모터 하나가 기본이다. 최고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420Nm으로 42.8kgf·m에 해당한다. 뒤쪽에 모터를 추가해 사륜구동으로 꾸리는 사양도 준비된다. 바탕이 되는 뼈대는 PBV 전용으로 만든 E-GMP.S 플랫폼이다.

배터리는 71.5kWh와 96.2kWh 두 가지가 올라간다. 큰 쪽을 얹은 카고 롱 모델이 유럽 WLTP 기준 460km 이상을 목표로 한다. 주목할 대목은 충전 쪽이다. 기아는 상용차 라인업에 처음으로 800V 시스템을 넣었다. 350kW 급속 충전기를 물리면 10%에서 80%까지 20분대에 채워진다. 하루에 몇 바퀴를 도는지가 곧 매출인 상용차에서 충전 시간은 적재량만큼이나 민감한 숫자다.

충전구는 앞쪽에 교류와 직류를 함께 받는 단자를 두고, 뒤쪽에 교류 단자를 더하는 사양도 고를 수 있게 했다. 주차 방향에 따라 케이블이 닿지 않는 일을 줄이려는 구성이다. 실내에는 전기를 끌어 쓸 수 있는 V2L 콘센트가 기본으로 두 개 들어간다. 현장에서 공구를 돌리거나 냉장 설비를 물려야 하는 쓰임을 염두에 둔 장비다.

뒷문이 완전히 열리고, 바닥은 550mm로 낮췄다

기아 PV7 패신저 실내
기아 PV7 / 사진=기아

짐을 다루는 장치도 손봤다. 뒷문은 좌우로 완전히 젖혀지는 트윈 스윙 도어와 위로 들어 올리는 리프트업 방식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적재 바닥 높이는 550mm로 낮춰 짐을 싣고 내릴 때 허리에 실리는 부담을 줄였다. 범퍼 끝단과 휠 아치, 도어 하단 가니시는 부딪혀 상하더라도 해당 부분만 갈아 끼울 수 있게 나눠 놓았다.

패신저 모델은 국내에서 7인승과 9인승, 11인승으로 나온다. 2열과 3열은 긴 레일을 따라 밀거나 통째로 빼낼 수 있어 필요할 때마다 실내를 다시 짤 수 있다. 실내에는 14.6인치 중앙 화면과 9.9인치 보조 화면을 얹은 플레오스 커넥트가 들어가고, 생성형 인공지능 비서인 글레오 AI도 함께 탑재된다. 사업자를 위한 차량 관제 시스템 플레오스 플릿은 여러 대를 굴리는 물류 업체를 겨냥한 기능이다.

국내 출시는 2027년 하반기, 파생 모델만 23종

기아 PV7 라인업
기아 PV7 / 사진=기아

기아는 2027년 하반기 한국과 유럽에 PV7 패신저 롱과 카고 롱을 먼저 내놓는다. 이후 카고와 패신저는 물론 섀시 캡, 개조 사양까지 더해 모두 23종으로 갈래를 넓힐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공개 현장에서 PV7이 개인화된 모빌리티를 향한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은 경기 화성에 새로 지은 이보 플랜트가 맡는다. 기아가 연 20만 대 규모로 세운 PBV 전용 공장으로, 한 라인에서 사양이 다른 차를 섞어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맞춤 제작을 앞세운 PBV 전략이 실제로 굴러가려면 이런 생산 방식이 전제가 된다.

국내에서 PV7이 놓일 자리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1톤 전기 트럭이 이미 자리를 잡은 시장에서 실내에 짐을 싣는 대형 밴이 얼마나 먹힐지가 관건이다. 다만 11인승 패신저 사양이 함께 나오는 만큼, 화물보다 사람을 태우는 쪽에서 먼저 반응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값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