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5301mm짜리 대형 SUV가 9월 24일 중국에 나온다. 에픽랜드 X9이다. 사전판매는 8월 18일에 이미 열렸고, 이번 주 목요일에 정식 출시된다. 사전판매가는 29만 9800위안부터다. 원화로 옮기면 약 5900만 원, 달러로는 4만 4180달러 선이다.

주목할 대목은 동력 구성이다. 순수 전기차가 아니라 주행거리 연장형, 이른바 EREV다. 바퀴는 모터만 굴리고 엔진은 발전기만 돌린다. 이 방식으로 합산 주행거리가 1500km를 넘는다.

29만 9800위안부터 세 가지 트림

값은 세 단계다. 후륜구동 롱레인지 맥스가 29만 9800위안, 사륜구동 롱레인지 울트라 플러스가 33만 9800위안, 같은 사륜구동에 장비를 더 얹은 플래그십이 37만 9800위안이다. 위아래 폭이 8만 위안, 원화로 1580만 원쯤 된다.

사륜구동 사양은 앞뒤 모터 출력을 합쳐 420kW를 낸다. 제로백은 5.1초로 잡혀 있다. 5.3m가 넘고 6명이 타는 차체를 감안하면 짧은 편이다.

값을 매긴 구간도 눈여겨볼 만하다. 30만 위안 언저리는 중국에서 대형 SUV 경쟁이 가장 치열한 대역이다. 사전판매를 8월에 먼저 열고 정식 출시를 한 달 넘게 뒤로 미룬 것도 이 구간의 관행이다. 계약 대수를 먼저 확보한 뒤 최종 값과 물량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에픽랜드 X9 출시 행사
에픽랜드 X9 출시 행사 / 사진=에픽랜드

전기만 465km, 엔진을 더하면 1500km

배터리는 74.29kWh다. 800V 플랫폼을 쓴다. 이 배터리만으로 CLTC 기준 465km를 달린다. CLTC는 중국의 공인 측정 기준이라 국내 상온 복합 기준보다 수치가 후하게 나온다. 실제로는 350km 안팎으로 보는 편이 무난하다.

배터리가 바닥나면 1.5리터 터보 엔진이 돌아간다. 최고출력 95kW짜리인데 바퀴와는 연결돼 있지 않고 발전만 한다. 이 엔진이 만든 전기로 모터를 돌려 합산 1500km 이상을 달린다는 계산이다.

중국에서 EREV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순수 전기차는 충전소가 촘촘하지 않은 구간에서 불안하고, 하이브리드는 전기만으로 다니는 거리가 짧다. EREV는 평소 출퇴근은 전기로 해결하고 장거리에서만 엔진을 쓰는 절충안이다. 대신 엔진과 연료탱크를 함께 실어야 해서 무겁고 값이 올라간다.

에픽랜드 X9 실내
에픽랜드 X9 실내 / 사진=에픽랜드

뒷바퀴가 14도까지 꺾인다

차체는 전장 5301mm, 전폭 2015mm, 전고 1820mm, 휠베이스 3120mm다. 국내에서 파는 팰리세이드보다 한 뼘 이상 길다. 좌석은 3열 6인승으로 짜였고, 3열 폭은 1101mm를 확보했다.

800V 플랫폼을 쓴 것도 이 체급에서는 의미가 있다. 전압을 높이면 같은 전력을 보내면서 전류를 낮출 수 있어 충전 속도가 빨라지고 배선이 가벼워진다. 배터리 용량이 74kWh로 크지 않은 대신 충전을 빨리 끝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만한 차가 골목에서 돌아 나가려면 장치가 필요하다. 뒷바퀴가 최대 14도까지 양방향으로 꺾이는 후륜 조향을 넣었다. 덕분에 회전반경이 5.3m다.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공기압을 두 칸으로 나눈 듀얼 챔버 방식에 감쇠력이 계속 변하는 EDC 댐퍼를 물렸다.

에픽랜드 X9 전면과 시트 전시
에픽랜드 X9 전면 / 사진=에픽랜드

화면과 라이다에 힘을 줬다

실내에는 17.2인치 3.4K 디스플레이 두 장이 나란히 붙는다. 앞유리에는 75인치 크기로 정보를 띄우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들어가고 스피커는 21개다. 차 안에는 하모모라는 이름의 AI 동반 로봇도 자리를 잡았다.

주행 보조는 전 트림 기본이다. 896채널 듀얼 광경로 라이다가 기본으로 달리고, 윗급으로 갈수록 라이다 개수가 최대 네 개까지 늘어난다. 값을 올려서 얻는 것이 주로 감지 장비라는 점에서 최근 중국 신차들의 구성과 궤를 같이한다.

라이다를 여러 개 다는 이유는 사각을 줄이기 위해서다. 앞유리 위쪽에 하나만 두면 차 옆과 뒤가 비고, 도심에서 옆에서 끼어드는 차나 기둥 뒤에서 나오는 보행자를 늦게 잡는다. 개수를 늘리면 그만큼 원가가 올라가는데, 이 부담을 상위 트림 값에 얹어 소화한 구성이다.

에픽랜드는 둥펑자동차와 화웨이가 함께 세운 브랜드다. 이름은 지난해 11월 확정됐고 X9이 그 첫 모델이다. 라이다와 주행 보조 소프트웨어, 실내 운영체제가 모두 화웨이 것이고 차를 만드는 쪽은 둥펑이다.

5m가 넘는 차체에 6인승과 에어서스펜션, 후륜 조향을 넣고 29만 위안대에서 시작하는 구성은 국내 기준으로는 성립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같은 크기의 국산 대형 SUV 상위 트림과 값이 비슷하다. 아직 국내 판매 계획은 없지만, 이 값에 이만한 장비가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몇 해의 기준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