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가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의 2026년형 가격과 사양을 확정하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시작가는 지난해보다 4650달러 올랐다.

에미라는 로터스가 내연기관으로 만드는 마지막 모델이다. 2021년 처음 공개된 뒤 브랜드가 전동화로 방향을 틀면서, 엔진을 얹은 로터스를 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꼽혀 왔다. 이번 연식변경은 라인업을 다시 짜고 냉각 계통과 하체를 손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네 기통 360마력, V6는 400마력

로터스 에미라 정면
로터스 에미라 / 사진=로터스

미국 시장 기준으로 정점에 서는 모델은 V6 SE이고 그 아래를 네 기통 터보가 받친다. 기본형 터보 SE는 2.0리터 네 기통 터보로 360마력을 낸다. 메르세데스-AMG에서 가져온 엔진이라 로터스가 직접 만든 심장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공개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차체가 가벼운 미드십 구조여서 체감 성능은 숫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정점인 V6 SE는 3.5리터 슈퍼차저 엔진으로 400마력을 낸다. 출력 자체는 이전 연식과 같다. 대신 로터스는 이번에 댐퍼 세팅을 다시 잡고 휠 얼라인먼트를 조정했다. 코너에서의 반응을 날카롭게 하면서 승차감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다는 설명이다. 오랫동안 브랜드의 무기로 통해 온 하체 세팅 능력을 다시 꺼내 든 셈이다.

두 엔진의 성격은 뚜렷하게 갈린다. 네 기통 터보는 과급으로 저회전부터 힘을 밀어 올리고, 슈퍼차저 V6는 회전을 끌어올릴수록 반응이 이어진다. 같은 차체에 서로 다른 감각을 담아 놓은 구성이라, 두 모델의 6000달러 차이를 성능이 아니라 취향으로 설명해야 하는 구조다. 변속기는 두 갈래 모두 8단 듀얼클러치 하나뿐이고 수동은 목록에서 빠졌다.

냉각 배관을 다시 짜고 무게를 덜었다

로터스 에미라 측면
로터스 에미라 / 사진=로터스

동력계와 별개로 전 모델에 공통으로 들어간 손질도 있다. 냉각 계통의 배관 경로를 새로 짜 메인 라디에이터와 변속기 쿨러로 가는 유량을 늘렸다. 배관 구성을 단순화하면서 무게까지 함께 덜어 냈다. 서킷처럼 열이 쌓이는 환경에서 성능이 덜 떨어지도록 만든 변경으로 읽힌다.

로터스는 창업자 콜린 채프먼이 남긴 가볍게 만들라는 원칙으로 알려진 회사다. 출력을 키우는 대신 무게를 덜어 같은 성능을 내는 접근인데, 냉각 배관을 단순화하며 무게를 줄인 이번 변경도 결이 같다. 다만 에미라의 공차중량은 1400kg대로, 엘리제 시절의 900kg대와 비교하면 무게 철학이 그대로 남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다시 다듬었다. 변속 제어를 손봐 반응을 정리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외관에서는 신규 색상 두 가지가 더해졌다. 에오스 그린과 퍼플 헤이즈 메탈릭인데 두 색 모두 2950달러가 추가로 붙는다. 탠저린 오렌지를 고르면 7800달러가 더 들어간다. 색상 하나가 웬만한 옵션 패키지 값을 넘어서는 구조다.

핀스트라이프는 손으로 그린다

로터스 에미라 후면
로터스 에미라 / 사진=로터스

로터스는 2017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뒤 라인업을 통째로 바꿔 왔다. 전기 SUV 엘레트레와 전기 세단 에메야를 연달아 내놓으며 무게 1톤대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2톤이 넘는 전동화 브랜드로 성격을 옮겼다. 에미라가 마지막 내연기관차로 불리는 배경에는 이런 전환이 있다.

두 동력계 위에는 각각 레이싱 라인 사양이 놓인다. 차체 아래쪽에 손으로 칠한 핀스트라이프를 넣는 것이 핵심이다. 노랑과 빨강, 실버 가운데 고르면 브레이크 캘리퍼 색과 맞춰진다. 여기에 유광 검정으로 마감한 20인치 휠과 전용 배지가 더해진다. 성능 수치는 그대로 두고 외관만 갈라 놓은 구성이다.

값은 터보 SE가 10만 6900달러, 터보 SE 레이싱 라인이 10만 9900달러다. V6 SE는 11만 2900달러, V6 SE 레이싱 라인은 11만 5900달러가 매겨졌다. 모두 운송비를 뺀 값이다. 2025년형 시작가가 10만 2250달러였으니 진입 가격만 4650달러가 올랐다. 국내 판매 가격과 도입 사양은 따로 공개된다. 환율과 세금이 얹히는 구조라 현지 인상분이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10만 달러대 초반이라는 값은 포르쉐 718 케이맨 GTS 4.0과 겹치는 구간이다. 두 차 모두 엔진을 뒤쪽 가운데에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지만, 포르쉐는 수동 변속기를 여전히 목록에 남겨 두고 있다. 에미라가 듀얼클러치만 남긴 선택이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변수로 꼽힌다.

값을 올리고도 주문을 열어 둔 배경에는 희소성이 있다. 엔진을 뒤쪽 가운데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스포츠카가 시장에서 빠르게 줄어드는 중이어서, 마지막이라는 이름표가 그대로 값어치로 돌아온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동화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물량을 어디까지 소화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 생산 종료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