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산 자동차에 매기는 관세를 두 배로 올린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1일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 철강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방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현재 적용되는 세율은 25%로, 예고대로면 넉 달 만에 두 배가 된다.

이 방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처음 꺼내 든 내용이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모든 승용차와 트럭, 자동차 부품이 대상에 들어간다. 두 나라는 협상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최근 오간 조치만 놓고 보면 대화보다 압박이 앞서 있는 상황이다.

수입 금지까지 꺼내 든 재보복

토요타 RAV4 측면
토요타 RAV4 / 사진=토요타

관세가 아닌 수입 금지 카드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유제품과 주류, 대형 오토바이의 미국 반입을 막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시행일은 이달 29일이다. 값을 올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에서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식으로 수단이 한 단계 옮겨간 셈이다. 자동차는 이번 금지 품목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캐나다의 보복에 대한 재보복 성격이다. 캐나다는 같은 날 0시부터 276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50% 보복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연방 정부 조달 계약에서 캐나다 기업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압박 수단을 하나 더 얹었다.

실버라도·RAV4·CR-V가 표적

토요타 RAV4 후면
토요타 RAV4 / 사진=토요타

자동차 쪽 파장이 특히 크다. 지난해 미국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로 많이 팔린 차가 쉐보레 실버라도와 토요타 RAV4, 혼다 CR-V인데 세 모델 모두 캐나다 공장에 생산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차부터 관세를 맞는 구조여서 파장도 넓을 수밖에 없다.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협상안이 막판에 무산되면서 이들 모델은 완충 장치마저 잃었다. 관세는 수입하는 쪽이 부담하지만 결국 판매 가격에 얹히는 구조여서, 인상분이 어디까지 소비자에게 전가될지가 관건이다.

캐나다 생산의 무게중심은 일본 업체에 쏠려 있다. 도요타와 혼다가 캐나다에서 만들어지는 차의 4분의 3가량을 담당한다. 도요타는 최근 온타리오 공장 두 곳의 설비를 새로 바꾸고 신형 RAV4 생산을 시작했다. 반면 스텔란티스는 브램턴 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고, 윈저 공장에서 만들려던 닷지 차저 데이토나 모델은 생산을 미뤘다.

한국 업체는 캐나다 공장이 없다

토요타 RAV4 실내
토요타 RAV4 / 사진=토요타

한국 업체는 이번 조치의 직접 대상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캐나다에 완성차 공장을 두고 있지 않아 관세율 인상과 곧바로 엮이지 않는다. 대신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을 키우며 관세 부담을 줄이는 쪽을 택해 왔고, 제네시스는 캐나다 판매를 넓히고 있다.

다만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 북미 공급망은 부품 단위로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들기 때문에 캐나다산 부품 관세가 오르면 비용 구조 전반이 흔들린다. 경쟁 차종 가격이 오르면 반사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 그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