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차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짜였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놓은 2027년 예산안을 보면 전기차 보급에 배정된 돈은 2조 1403억원이다. 올해 1조 6114억원에서 5289억원(32.8%)이 늘었다. 지원 물량도 30만 대에서 43만 대로 13만 대 불어난다.
예산이 커진 배경에는 전기차 수요가 다시 살아난 흐름이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에 새로 등록된 전기차는 23만 7032대다. 보조금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지방자치단체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일도 반복됐다.
대당 금액은 그대로, 대상은 넓힌다

눈여겨볼 대목은 대당 지원 금액이다. 승용 전기차에 붙는 국고 보조금은 올해와 같은 300만원 수준으로 유지된다. 해마다 깎이던 흐름을 일단 멈춘 셈이다. 대신 정부는 지원 대상을 넓히는 쪽을 택했다. 예산이 32.8% 느는 사이 물량이 43.3%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별개다. 국고 보조금에 지자체 몫이 더해져야 소비자가 실제로 받는 금액이 정해진다. 지자체 예산은 상반기에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 연초에 계약이 몰리는 현상도 반복돼 왔다. 물량이 43만 대로 늘어나면 이 쏠림은 다소 완화될 여지가 있다.
새로 들어간 항목은 영업용 차량이다. 정부는 택시를 비롯한 영업용 차량의 전기차 전환을 지원 대상에 넣기로 했다. 하루 주행거리가 긴 차일수록 배출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금액과 자격 요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예산안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안이어서 심사 과정에서 규모가 바뀔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셋 중 하나는 기아였다

예산이 커진 만큼 그 돈이 어느 브랜드로 가는지도 관심사다. 올해 1~7월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23만 7032대를 브랜드별로 나눠 보면 기아가 8만 544대로 33.9%를 차지했다. 테슬라가 6만 6376대로 28%, 현대차가 4만 5881대로 19.3%다. 세 브랜드를 합치면 전체의 8할을 넘어선다.
눈에 띄는 것은 테슬라의 비중이다. 국산 완성차 두 곳 사이에 수입 브랜드 한 곳이 자리를 잡았다. 국고 보조금은 차종에 따라 최대 580만원까지 책정되는데, 테슬라 차량에 매겨진 금액은 168만~215만원 사이다. 대당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판매 대수가 많아 전체 수령액은 작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돈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쟁점이다

그래서 나오는 지적이 보조금의 국내 기여도다. 테슬라코리아는 2023년 3조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82.8%를 차량과 부품 수입 대금으로 네덜란드 법인에 보냈다. 2024년에는 379억원을 배당으로 본사에 지급했다. 국내에 연구개발 조직을 두고 투자를 이어 온 독일 브랜드들과는 구조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산정에 국내 투자와 고용, 충전 인프라 구축 기여도를 반영하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통상 마찰을 부를 소지가 있어 실제 도입은 간단하지 않다.
예산이 2조원을 넘어선 만큼 돈을 얼마나 쓰느냐보다 어떻게 나누느냐가 내년 논쟁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