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Z 카제 콘셉트를 9월 23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공개했다. 무대는 모터쇼가 아니라 Z카 클럽 협회가 해마다 여는 동호인 행사 ZCON이었다.
카제(風)는 바람을 뜻하는 일본어다. 이름 그대로 이 차의 핵심은 지붕이다. 닛산은 현행 Z의 지붕을 떼어 낼 수 있도록 T-톱을 따로 설계해 얹었다.
지붕을 들어내는 구조를 따로 만들었다
T-톱은 차 한가운데에 앞뒤로 이어지는 뼈대를 남기고 그 좌우 지붕 패널만 떼어 내는 방식이다. 지붕 전체를 접는 컨버터블과 달리 뼈대가 남아 있어 차체가 덜 무르고, 패널 두 장만 다루면 되니 여닫는 일도 간단하다.
이 차의 T-톱은 닛산 상품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정규 개발과 별개로 꾸린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회사는 이 팀이 “Z 스포츠카의 열린 지붕 뿌리를 보여 주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팀이 붙잡고 있던 그림은 완벽한 여름날 캘리포니아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를 달리는 장면이었다.
닛산 아메리카스의 폰즈 판디쿠티라 수석부사장 겸 최고제품기획책임자는 “Z 카제 콘셉트는 닛산의 상징적인 오픈톱 스포츠카들을 기리는 동시에, 닛산과 니스모를 세상에 알린 90년대 튜닝 문화를 인정하는 차”라며 “닛산의 엔지니어링 역량과 창의성, 브랜드 유산을 기리는 마음을 한데 모은 프로젝트”라고 했다.
공개 장소를 모터쇼가 아닌 동호인 행사로 고른 것도 이 차의 성격과 맞물린다. 새 모델을 사려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Z를 타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지붕을 들어낸 셈이다.

퍼시픽 틸 도장에 카본 보닛과 펜더 확장
바깥은 퍼시픽 틸이라는 도장으로 칠했다. 90년대 스포츠카 문화의 분위기를 색으로 옮긴 것이다.
손을 댄 곳은 세 군데다. 공기를 빼는 구멍을 낸 경량 카본 보닛, 바퀴를 덮는 펜더 확장, 그리고 별도로 짠 카본 에어로 바디킷이다. 닛산은 이 손질이 그 시절 수입 튜너 신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Z 특유의 선을 지우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휠은 이 차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간 부품이다. 18인치 니스모 LMGT2를 신었는데,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래전에 단종된 원본 휠 세트를 구해다 복원하고 다시 조립한 것이다. 단조 다피스 구조에 모터스포츠 이력을 가진 휠이라 동호인들 사이에서 대접이 다르다. 폭은 앞이 10인치, 뒤가 11인치다.
앞뒤 폭을 다르게 가져간 것은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에서 뒤쪽 접지력을 더 쓰겠다는 뜻이다. 펜더를 넓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폭이 넓어진 휠과 타이어가 원래 차체 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3.0리터 트윈터보에 그레디 부품을 물렸다
동력계는 현행 Z가 쓰는 3.0리터 트윈터보 V6 그대로다. 여기에 그레디 부품을 골라 물렸다. 슈프림 SP 배기 시스템, 프런트 마운트 공랭식 인터쿨러 키트, 에어링크스 에어 필터 키트다.
인터쿨러를 차 앞쪽으로 끌어낸 것은 터보가 밀어 넣는 공기를 더 차갑게 식히기 위해서다. 공기가 차가울수록 같은 부피에 산소가 더 들어가고, 그만큼 연료를 더 태울 수 있다. 90년대 튜닝에서 가장 먼저 손대던 곳이기도 하다.
배기는 그레디 슈프림 SP로 바꿨고, 공기 필터도 같은 회사 제품이다. 엔진 자체를 뜯어 고치는 대신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길과 그 공기를 식히는 부분만 손봤다는 뜻이다. 90년대 튜너들이 손대던 순서와 같다.
서스펜션은 니스모 부품으로 전부 갈았다. 닛산은 출력 수치를 따로 내놓지 않았다. 기록을 겨루는 차가 아니라 지붕을 열고 달리는 차라는 성격이 부품 선택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내는 흰 가죽, 머리받침에 스피커를 넣었다
콘셉트카 실내는 대개 검은 트림으로 덮어 시선을 끌지 않게 만든다. 이 차는 반대로 갔다. 좌석을 흰 가죽으로 맞춰 실내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했고, 지붕을 열었을 때 안이 훤히 보이는 구성을 오히려 내세웠다.
카본 트림은 실내에도 들어간다. 성능차다운 인상을 주면서도 분위기가 들뜨지 않게 잡는 역할이다.
소리 쪽에는 보스 퍼스널 플러스를 넣었다. 머리받침 안에 스피커를 심는 방식이라 지붕을 떼고 달릴 때도 음악이 귀 가까이에서 들린다. 지붕이 없으면 바람 소리가 스피커 소리를 밀어내는데, 소리가 나는 지점을 귀 옆으로 당겨 그 문제를 줄인 것이다.
실내를 밝게 간 선택은 지붕 구조와 한 묶음으로 읽힌다. 지붕을 떼면 실내가 바깥에서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검은 트림으로 덮어 두면 열어 놓아도 안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흰 가죽은 그 반대쪽을 노린 것이고, 회사가 이 차의 실내를 “감춰 두지 않았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차는 팔지 않는다. 닛산은 판매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전시는 ZCON에서 9월 26일까지 이어졌고, 다음 자리는 10월 31일 일본 클래식카 쇼다.
바탕이 된 현행 Z는 미국에서 2027년형 기준 4만 4480달러부터 팔린다. 카제에 들어간 것은 그 위에 얹힌 카본 보닛과 바디킷, 복원한 휠, 그레디 부품과 니스모 서스펜션, 그리고 없던 지붕 구조다. 부품 목록만 놓고 보면 개인이 차고에서 하나씩 사 모아 만드는 순서와 다르지 않다.
양산 예고가 아니라 회사 안에서 만든 프로젝트 차라는 점에서, 이번 공개는 Z의 다음 세대보다 지금 Z를 대하는 닛산의 태도를 보여 주는 쪽에 가깝다. 지붕을 떼는 구조를 굳이 새로 설계했다는 대목이 그중 가장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카인사이트